기업가치 낮춰 연내 IPO 계획 김슬아 대표 지분율 5.7% 불과 M&A 등 우려에 거래소 확약서 실적 부진 계속땐 개미들 손실도 새벽배송 이커머스 플랫폼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가 연내 기업공개(IPO)를 서두르고 있다. 업계에선 컬리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상장심사 승인이 이달 중순 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컬리도 연내 무조건 상장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컬리의 상장을 두고 앞서 투자한 자금을 '엑시트(exit·탈출)'하게 해주는 방편일 뿐 상장 이후에도 실적 부진이 계속된다면 새로 진입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손해를 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컬리는 지난달 거래소가 요구한 재무적 투자자(FI)들의 보유지분 의무보유 확약서를 거래소에 제출했다. 지난 3월 28일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으나 심사 기한이 이미 종료되고도 결과가 나오지 않자, 재무적 투자자들은 보유지분에 6개월~2년의 보호예수를 걸겠다는 확약서를 썼다.
거래소는 컬리 창업자인 김슬아 대표의 지분율(5.75%)이 낮은 점을 우려해 상장 이후 일정 기간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FI들에 최소 18개월 이상 보유지분을 팔지 않을 것과, 20% 이상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공동행사하겠다는 약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컬리 지분의 과반수 이상은 미국·러시아·중국 등 외국계 벤처캐피탈(VC)들이 보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분율로 따지면 6대 주주에 불과해 상장 이후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연쇄적인 투자금 회수가 일어날 우려가 있다는 것이 거래소의 판단이다.
FI들의 확약서 제출은 컬리가 기업가치의 디밸류에이션(평가절하) 등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우선 상장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컬리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오자 거래소는 이달 중순 반기실적을 확인하고 상장위원회를 열어 컬리의 상장 예비심사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컬리가 당초 목표로 한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연초 이후 증시가 약세를 보이며 IPO 시장의 인기도 시들었다. 뉴욕 증시 상장에 성공한 쿠팡의 주가는 5분의 1 토막 수준으로 폭락했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풍토화 추세로 온라인 마켓의 수혜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처럼 나스닥에 상장하겠다며 국내 상장 주관사와 계약을 파기하고 미국 대형 IB(투자은행) 세 곳을 동시에 주관사로 선정했다가 다시 국내로 돌리는 등 '판단 미스'로 호시기를 놓친 것"이라고 평가했다.
컬리는 아직 기업가치를 확정하지 못했지만 IB 업계에서는 약 1조8000억원에서 2조원대 중후반 사이를 제시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당초 컬리가 상장심사 청구 당시 적어냈던 5조~6조원에 비하면 크게 줄어들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금융감독원에서 컬리가 제시한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할 경우 크래프톤과 카카오페이처럼 정정을 지시할 수 있고, 그러면 상장 시기는 더 늦춰진다.
컬리가 상장을 서두르는 것은 외부 투자금 조달이 어려워졌고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도 시급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말 기준 9000억원이 넘는 투자를 받았으나, 지난해 순손실액만 1조2903억원으로 투자금보다 많았다. 이미 상장이 됐다면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되는 회사를 신규 상장하겠다는 셈으로 볼 수 있다. 손실 규모는 매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2177억원으로, 2020년 1163억원보다 손실 규모가 87.2% 늘었다.
컬리는 매년 매출이 늘었지만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를 기록중이며, 지난해에는 전년도보다 더 악화됐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라는 건 영업활동 과정에서 빠져나간 현금이 들어온 것보다 많다는 의미다. 상장 이후 컬리의 매출성장 속도가 느려지면 현재도 마이너스 1300억원이 넘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더 악화될 수 있다. 특히 매입채무(외상값)와 같은 항목이 증가하고 있어 자금회전이 어려워진다면 공모로 조달한 돈도 금방 다 써버릴 수 있다. 공모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신주를 발행해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은 5000억원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2021년 매입채무는 직전년보다 40% 증가한1436억원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장 전 지분투자한 투자자들은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 가능한 높은 공모가를 관철할 것이고,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여서 공모 초기 성적은 좋을 수 있다"며 "하지만 실적이 개선되지 않고 현금과 공모 자금이 말라버리면 향후 유상증자를 해야 할 가능성이 크고 이래저래 개미는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