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악재에도 '리더십 실종' 4년차 최정우 회장 책임전가만 통신장애 KT 직접 사과와 대조 '주인 없는 기업' 한계 지적까지 관료출신 사외이사 자리만 연연
포스코가 민영화를 이룬지 22년이 됐지만 여전히 외풍에 시달리면서 '주인없는 기업'의 한계를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도 교체되면서 지배구조의 취약점을 드러냈다. 이를 막기 위해 정치권 줄대기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주식만 민간에 넘어간 '민유화(民有化) 된 공기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취임 4년차를 맞은 최정우(65) 회장은 각종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다른 임원에 책임을 떠미는 모습을 보여, '포스코는 민간 기업'이라는 주장과 달리 '민간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민간 기업이라더니…정치권 인맥에 혈안=포스코홀딩스는 사외이사 7명 중 3명이 정치권·관료 출신이고, 나머지 4명 중 2명도 정치권과 맥이 닿아 있다. 이 중 유영숙 전 환경부 장관과 권태균 전 조달청장은 작년 3월 주총에서, 윤석열 대통령(8기)과 충암고 동문인 손성규(63·7기) 연세대 교수는 올 3월 주총에서 각각 선임됐다.
정권교체기인 올 4월에는 윤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인 김영종(56) 법률사무소 호민 대표변호사를 법무팀장(부사장)으로 영입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작년 6월에는 문 대통령 후보 시절 디지털혁신 특보단에서 활동한 오석근(61) 커뮤니케이션 본부장(부사장)을 선임했다. 문재인 정권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유영민 전 포스코경영연구원 사장은 최 회장의 동래고·부산대 선배다.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4월 임직원들에 "국민기업이란 모호한 개념으로 과도한 책임과 부담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국민기업이란 왜곡된 주장을 바로잡을 것"이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며 외풍이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와는 반대로 인사에서는 오히려 정치권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재계에선 민영화 전후로 회장을 지낸 5대 유상부 전 회장부터 8대 권오준 전 회장 모두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중도 사퇴한 전례가 있는 만큼 9대 최 회장이 '자리 지키기'에 연연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엔지니어 출신이 아닌 만큼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전 회장들은 대부분 서울대 이공계 출신이고, 제철소장 등 기술부문을 지낸 반면 최 회장은 부산대 경제학과를 나와 경영전략·기획재무 등의 업무를 주로 맡았다.
포스코 창립 멤버 6명도 지난 5월 '현 경영진에 보내는 고언'을 통해 "민족기업, 국민기업이란 수식어는 일정 요건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 윤리적, 전통적 근거에 의한 것이다. 민영화됐다고 해서 없어지지는 않는다"라며 최 회장의 '민간 기업' 주장을 비판했다.
◇실종된 리더십…KT 구현모와 대조=최 회장은 민간 기업임을 자청했지만 오너 기업에서 주로 보이는 '민간 리더십'은 실종됐다는 평이 나온다. 내부에서도 회사 가치와 이미지 추락 등을 이유로 불만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최근 성추행 파문과 관련해 고용노동부로부터 과태료를 부과받는 등 죄가 인정됐지만, 사과는 김학동(63) 포스코 부회장 선에서만 이뤄졌다. 김 부회장은 최 회장보다 두 살 아래로, 올해 포스코 대표에 올랐다.
연임을 앞둔 작년 2월에는 산재 사망사고와 관련한 국회 청문회에 '허리가 아프다'며 당시 퇴임을 앞둔 장인화(67) 전 사장에게 참석을 떠밀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서야 출석에 응해 논란을 빚었다. 장 전 사장은 최 회장보다 두 살 위로, 작년 3월 퇴임했다.
비슷한 예로 구현모 KT 사장의 경우 작년 4월 10기가 인터넷 품질 논란, 10월엔 대규모 통신 장애 사태와 관련해 직접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구 사장은 또 2020년 3월 취임 당시 스스로 국민기업이라며, 국민에 대한 책임 경영도 약속해 최 회장과 다른 방향성을 제시했다.
포스코는 1968년 설립됐다. 1998년 말부터 정부와 산업은행 지분 매각을 시작으로 민영화 작업이 시작돼 2000년 마무리됐고, 2002년에는 사명을 기존 포항제철에서 현 사명으로 변경했다.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으로, 외국인 지분율은 현재 53% 내외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