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이후 9년 만에 시총 10조 체질개선 통해 정치색·외풍 차단 오너 중심 탈피·외부 전문가 영입 AI 신사업 등 주도적 디지털 전환
구현모 KT 대표 KT 제공
오는 20일 민영화 20년을 맞는 KT가 구현모 체제 3년차로 접어들면서 '탈통신'에 속도를 내며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다. 몸집 무거운 '통신 공룡' KT가 정치색과 외풍을 최소화하고 사업 내실에 집중하면서 최근 시총 10조원대를 탈환하는 등 눈에 띄는 체질 개선을 이루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올해 '지주형 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도 공식화하면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KT는 2002년 민영화 이후 정권에 따라 '낙하산 인사' 논란이 반복되면서 정치적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을 받았다. 실제 정부 지분이 없는 사기업이지만 정권 교체기마다 대표가 연임을 포기하거나 검찰 수사로 사임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정치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보여 왔다. KT는 정부 부처인 체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출범했다가 1981년 공기업인 한국전기통신공사로 독립했다. 여기에다 국가 기간산업의 하나인 통신서비스가 주업이다 보니 정부 정책과 입김에서 자유롭기 힘든 구조가 이어져 왔다.
지난 2020년 구현모 대표 취임 이후 정치적 이미지를 과감히 벗고 사업 본연과 신사업 확장에 집중하는 내실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구 대표는 이석채, 황창규 등 전임 대표들과 달리 30년 이상 KT에서 몸담은 내부 출신 CEO다. 1987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으로 시작해 경영지원총괄, 경영기획부문장을 거쳐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 등 주요 요직을 거치며 35년 동안 KT에만 근무했다.
구 대표가 '대표이사 회장'을 '대표이사 사장' 체제로 낮춘 것은 회장 중심의 1인 체제에서 탈피해 거버넌스의 안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었다. KT는 정관 개정을 통해 회장 선임 프로세스를 지배구조위원회, 회장후보심사위원회, 이사회, 주주총회로 단계화했다. 이어 이사회 지원 기능을 강화해, 전문경영인이 이사회 운영에 미치는 입김을 최소화하고 투명한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틀을 만들었다.
아울러 복수 사장 체계를 도입, 전문성을 쌓은 각 분야의 전문가를 사업조직 대표로 발탁함으로써 시장과 기술변화에 기민하게 움직이는 체계를 갖췄다. 4인 사장 중 커스터머부문장인 강국현 사장은 1989년 KT 입사 후 무선 마케팅을 담당해 '마케팅통'으로 불린다. 윤경림 사장은 데이콤과 하나로통신을 거쳐 KT에 입사해 미디어본부장, 미래융합사업추진실장, 글로벌사업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현대자동차에서 부사장을 지내다 지난해 다시 KT로 영입됐다. 박종욱 사장도 KT 입사 후 IT전략본부장, 전략기획실장 등 요직을 맡았다.
KT는 2018년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를 출범해 외부 전문가를 COO(최고준법감시책임자)로 선임하며 준법 경영을 실행하고 있다. 각 지역 광역본부에도 컴플라이언스 부서를 편제해 위법행위 발생을 막고, 지난해부터 KT컴플라이언스 체계의 그룹 확산을 위해 그룹사 준법경영 컨설팅을 시행하고 있다.
구 대표가 내세우는 '디지코' 구호도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시총 10조를 회복한 KT는 2025년까지 성장사업 매출을 전체 매출의 5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구 대표는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지주회사는 아니지만 지주형으로 전환하는 데 관심이 있다"며 사업 구조 개편 가능성도 시사했다.
업계에서는 KT가 △미디어 △금융 △IT(정보기술) 등 세 분야의 밸류체인 그룹으로 나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미디어의 경우 KT스튜디오지니가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고, 최근 오리지널 콘텐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시청률 15%를 넘어서는 인기를 얻으며 빠른 성과를 내고 있다. 케이뱅크, 밀리의서재 등 IPO(기업공개)도 중장기 과제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성과는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적재적소에 활용한 결과라는 평도 나온다. 내부 출신의 경직된 인재 운영 대신 외부의 실력자들을 유연하게 등용해 조직에 변화를 주고 활력을 높였다는 것. 미디어 분야에서는 CJ ENM과 네이버를 거친 미디어 전문가인 김철연 KT스튜디오지니 대표가 대표적이다. AI 분야에서는 삼성테크윈과 네이버에서 AI 연구개발을 주도한 배순민 박사가 지난해 KT에 합류해 AI 신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김나인기자 silk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