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키즈의 탄생

김동광 지음 / 궁리 펴냄


라디오는 우리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리를 차지했다. 일제강점기부터 해방과 전쟁을 거쳐 1970년대와 80년대에 이르는 격변기에서 라디오는 우리와 함께 했다. 근대사의 고달픈 골곡과 환희를 함께 겪은 것이다. 특히 그 과정에서 '최초 국산 라디오' 칭호를 얻은 금성사의 'A-501 라디오'는 이승만·박정희 시대를 거치면서 독특한 지위를 얻는다.

전후 '동동구리무' 럭키크림으로 시작해 럭키치약, 플라스틱 제품 생산으로 큰 돈을 벌은 락희(樂喜)화학은 전자공업으로 사업을 확장하기로 했다.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금성사를 세우고 국산 라디오를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1959년 11월 'A-501'이 마침내 출시됐다. 가격은 외제 라디오 가격의 30~50% 정도 싼 2만환이었다. 2만환은 당시 금성사 대졸 직원의 석달치 월급에 상당했다. 초기엔 시장의 냉대를 받았다. 그러나 반전이 왔다. 박정희 정권은 금성사 리디오를 '농업촌 라디오 보내기 운동'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후 라디오는 국내 최초의 가전제품 수출품목이 됐다.

책은 'A-501'을 주인공으로 해서 그 주인공이 등장한 역사적·사회적 맥락을 살펴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1~2장에선 금성사 'A-501' 등장의 의미를 살펴보고 라디오가 공보(公報)수단으로 적극 동원된 과정을 분석했다. 3장에선 라디오 기술문화에 배태된 애국주의와 국가주의를 조명해 본다. 4장은 농촌과 도시에서 라디오가 어떻게 붐을 일으켰는지 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5~6장에선 1970년대 세운상가와 전파상을 중심으로 과학도의 꿈을 키운 '라디오 보이'의 모습을 정리했다. 과학기술 사회학자인 저자는 라디오 방송이 아닌 라디오라는 '기술'이 가진 사회·문화적 측면들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세월이 흘려 라디오의 파급력은 예전만 못하다. 그렇다고 해서 라디오의 시대가 끝난 것은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라디오를 통해 음악을 감상하고, 뉴스와 교양 프로그램들을 즐겨 듣는다. 아날로그 감성의 매력은 사라지지 않았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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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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