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어닝 시즌'(실적발표기간)이 막을 올리면서 현대·기아차를 비롯 삼성전자 LG전자 현대모비스 LG화학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예상과 달리 속속 호실적을 내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나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 정부는 연일 사상 유례없는 '복합 위기'가 도래하고 있다고 경고하는 데 기업들의 실적은 왜 이렇게 좋은 것일까.
이제 어닝 시즌 초반이어서 기업들의 실적발표가 대체로 마무리되는 8월 중순에 가봐야 최종 성적표는 알 수 있겠지만, 우려했던 것 만큼 아직 경제위기가 아닌 것은 사실이다. 상장사의 실적을 집계하는 정보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77개 주요 상장사의 2분기 순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0.4% 줄어든 35조9321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7일에 2분기 매출액 77조원, 영업이익 14조원의 실적을 거뒀다고 잠정 공시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20.9%, 영업이익은 11.4% 각각 증가한 숫자다. 현대차의 경우 2분기 영업익이 전년 동기보다 무려 58%나 오르며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고, 기아차도 비슷한 추세를 보이며 영업이익률 10.2%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 두자릿수를 찍었다.
KB증권의 임재균 애널리스트는 "국내 주요 기업의 2분기 호실적에는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채산성 향상 효과가 상당부분 반영돼 있다"며 "지금은 경기침체로 가는 큰 사이클 안에서 침체 우려가 소폭 완화되는 소(小) 사이클에 진입한 단계"라고 평가했다. 침체로 가는 사이클에서 단기적으로 침체가 완화되는 국면이라는 해석이다.
이렇게 해석하는 근거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국내 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 등 원자재가격의 하락이다. 한때 배럴당 130달러선을 넘었던 WTI(서부텍사스산 중질유) 국제가격은 90달러 부근까지 하락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등했던 국제 곡물가격도 전쟁 전 수준으로 반락했다.
둘째는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고 있는 미국의 경제지표와 기업 실적이다. 미국의 6월 비농업부문 고용자수는 37만2000명이 증가했다. 월가가 예상한 25만 명 증가를 훌쩍 상회하는 수준이다.
다만 삼성전자 등의 이 같은 실적 호조에는 환차익 착시 현상도 일정 수준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2015년 3분기 삼성전자는 환율 효과로 8000억원 수준의 이익이 반영됐다고 밝힌 바 있는데, 당시 원·달러 환율은 분기 초반 1120원에서 1182원으로 62원 가량 치솟았다. 올 2분기 역시 환율이 1220원에서 1300원으로 80원 가량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환차익은 1조원에 육박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품·소재 기업들의 실적이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증권사들이 추정한 LG화학의 2분기 영업이익 평균은 9000억원 안팎으로 이는 전년 동기(2조1398억원)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롯데케미칼 역시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시차를 두고 완제품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3분기 이후다. 전문가들과 기업들은 4분기나 내년 1분기쯤이면 우리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 확실시된다고 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89개 상장사의 3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50조421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9% 역성장이 예상된다. 2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낸 포스코를 비롯, 삼성 SK LG 등 주요 그룹들이 속속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 요인에 환율이 가세하고 있어 실적이 하향 조정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경기 둔화의 모습이 구체화될수록 기업 실적의 추가 하향은 불가피하다고 본다"며 "그나마 2분기까지는 실적이 양호했지만 3분기, 4분기로 갈수록 실적 둔화는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