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올려 물가 안정에 사활
자국 통화가치 올려야 수입물가↓
1930년 근린궁핍화정책과 정반대
韓 유류세 인하… 美는 면제까지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세계 주요국이 물가 안정 전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빅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에 나선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 중앙은행은 물가 상승 억제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올들어 최소 75개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각국 정책당국이 본격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국이 이처럼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금리를 올려야 수요를 억제해 물가를 잡을 수 있는데다 기축통화국인 미국 또한 급속도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6월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미국은 이달 26~27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추가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글로벌 역(逆) 환율전쟁'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역환율 전쟁은 각국이 저마다 자국 통화가치를 끌어올리는 경쟁이다. 자국 통화가치가 올라야 수입상품의 가격과 수입물가를 낮출 수 있게 된다. 최근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각국 통화가치가 급락하면서 수입물가가 오르고 국내 인플레이션을 더 자극하는 데 대한 대응이다.

과거 1930년 대공황 당시 경기부양을 위해 나부터 살기 위한 '근린궁핍화정책(beggar-thy-neighbor policy)'과는 정반대의 현상이다. 대공황 당시 각국은 수출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다른 나라를 궁핍에 빠트리는 경쟁을 벌였었다.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미국과의 금리차를 좁혀 통화 약세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와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0.00∼0.25%포인트로, 미국이 높다.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경우 차이는 0.25∼0.50%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주요국은 지난 6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CPI)가 40년 만에 최고치인 9.1%를 기록하면서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나 '울트라 스텝'(1%포인트 인상) 중 어느 스텝을 밟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가운데 주요국은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류세 인하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류세 인하 폭을 지난 5월부터 20%에서 30%로, 7월부터 법정 최고 한도인 37%로 늘렸다. 이달부터 인하된 유류세는 휘발유 리터당 57원, 경유 38원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의회와 각 주에 3개월간 유류세를 면제하는 내용의 입법을 주문했다. 백악관은 약 3.6%의 기름값 인하 효과를 전망했다.

생활물가 타격을 줄이기 위해 생필품 수입관세나 부가가치세를 인하하는 나라도 있다. 우리나라는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분유, 커피 원두, 주정 원료, 대파 등 7개 품목의 할당관세를 0%로 낮췄다.

튀르키예(옛 터키)는 세제, 기저귀, 화장지 등에 붙는 부가세를 18%에서 8%로 인하했다. 튀르키예에선 지난달 물가가 24년 만에 최고치인 78.6% 폭등하는 등 전례없는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금리 상승기 높은 영업이익을 거둔 기업에 초과이윤을 거둬 민생 안정에 활용하려는 나라도 등장했다. 스페인 정부는 대형 에너지 기업과 은행에 이같은 세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영국도 지난 5월 석유와 가스업체로부터 한시적으로 25%의 초과이윤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우선 1년간 50억 파운드(7조8000억원)를 거둔 뒤 단계적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금융과 에너지 기업 등으로부터 8000억 포린트(2조6000억 원)의 초과이윤세를 걷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정치권에서 정유사의 초과 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해당 기업들은 "손실을 냈을때는 정부가 보전해주지 않으면서 이익을 냈을 때 추가로 세금을 물리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혜현기자 moone@dt.co.kr

글로벌 인플레이션 수준이 심각해지자 주요국이 역환율전쟁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글로벌 인플레이션 수준이 심각해지자 주요국이 역환율전쟁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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