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반도체 전략산업 육성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도 인재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반도체 전문인력 육성이 단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이슈임이 확인된 셈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 TSMC이 일본 소니 등과 합작해 설립한 자회사 JASM은 지난 4월 일본 구마모토에 반도체 팹 착공식을 열고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해당 공장은 12인치 웨이퍼 월 5만5000장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오는 2024년 말부터 정상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파운드리 첨단 공정인 5㎚(나노미터, 이하 나노) 이하 공정이 아닌 22~28나노 공정의 반도체 공장이지만, 최근 글로벌 부족 현상이 심각하고 소니와 덴소 등 일본 기업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공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TSMC의 공장 유치를 위해 신규 법안을 마련해 최대 4000억엔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TSMC의 총 투자비 대비 40%에 달하는 비용이다.

다만 이렇게 일본 정부가 대규모 지원까지 집행하며 유치한 투자가 오히려 자국 기업에는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니혼게이자이(닛케이) 등 일본 현지 매체는 JASM이 최근 엔지니어 모집 요강을 게재하고 채용을 진행하며 현지 기업들의 인력난을 야기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보도에 따르면 내년 봄 입사 예정인 이들 엔지니어의 초임은 대졸자 기준 28만엔 수준으로 구마모토현 기반 사업장의 평균 초임 급여 기준 40% 이상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는 "제조장치를 다루는 다른 기업들이 구마모토현 외에서 인재를 스카우트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등 인재 확보에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문제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반도체 인력난이 장기화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까지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와 소재·장비 업체들은 인력을 뽑을 수조차 없는 형편이다. 이와 관련 최근 8인치 반도체 전문 파운드리인 DB하이텍은 초임 연봉과 성과급을 삼성전자 수준으로 인상한다고 밝히며 대대적인 구인에 나서기도 했다.

디자인솔루션 업체 등은 국내 인력이 부족하자 베트남 등에서 엔지니어를 영입해 재교육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업체의 경우에는 국내에서 가용할 수 있는 인력이 너무 없다 보니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인도나 베트남 등에서 관련 엔지니어를 영입해 재교육하는 것이 빠른 방법"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지난해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대거 끌어모은 미국 역시 인력 부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인텔과 TSMC가 동시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 애리조나의 경우 양사의 인재 확보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류더인 TSMC 회장은 이달 초 진행한 TSMC 주주총회에서 "애리조나에서 건설 중인 반도체 팹의 비용이 예상보다 높다"면서 "미국에서 인재를 채용하는 것은 대만보다 어렵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달 중 텍사스 테일러시에 미국 파운드리 2공장 착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건설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 역시 이와 같은 인력난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혜인기자 hye@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의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 부지. <삼성전자 제공>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의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 부지.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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