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서 "과학기술에 목숨 걸어" 가감없이 생각 밝혀… 긍정적 평가 인사 관련 "과거엔 민변 도배" 반박 편향 수긍하는 꼴… 역효과 나기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취임 한달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 화법이 주목받고 있다.
정제된 언어를 주로 사용하는 기존 대통령들과 달리 일상 언어로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 초보 대통령이기에 가능한 소통방식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직설적 표현이 자칫 스스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부정적 평가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9일 천안함·제2연평해전·연평도 포격전·목함지뢰사건 참전용사와 유가족들을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앞으로 제가 우리나라의 국방을 책임지는 군 최고 통수권자인 제가 여러분을 지켜드리겠다"고 말했다. '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지켜주겠다'고 한 것은 역대 대통령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표현이다.
윤 대통령의 직설화법은 이뿐만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반도체 등 과학기술 인재육성을 강조하며 "과학기술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표현도 사용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지연되자 "국회가 이렇게까지 협조하지 않을 줄은 몰랐다"고 날을 세우거나, 지난달 30일 추경 통과 이후 물가 상승 우려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그러면 추경을 안하느냐"고 따져묻기도 했다.
기존 대통령과는 다른 윤 대통령의 직설화법이 주목을 받고는 있지만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특히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즉석에서 질의응답을 주고 받는 '도어스테핑'(Doorstepping·약식회견)을 하다보니 즉흥적 발언이 튀어나오고 있고, 말이 바뀌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과 관련해 전날인 8일에는 "지금 언급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가 하루 만인 9일 "이십몇 년을 수감 생활하게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사면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양산 사저 앞 과격 시위에 대해서도 "대통령 집무실 시위도 허가되는 판"이라며 "법에 따라서 될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욕설·고성 시위를 묵인했다는 비판에 시달리기도 했다.
또 검찰 편중인사에 대한 비판에는 "과거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들이 아주 도배를 했다"며 문재인 정부를 끌어들여 직설적 반론을 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하면 곤란하다"며 "검찰 편중 인사 논란에 대해 능력과 적재적소 원칙으로 해명하는 것은 좋지만, 문재인 정권이 민변으로 도배했는데 (내가 검찰출신을 중용하는 게) 무엇이 문제냐는 식의 반박은 올바른 정치 화법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권이 더하지 않았냐는 식으로 반문하는 것은 결국 말꼬리를 잡혀, 문재인 정권과 똑같은 인사편향을 수긍하는 셈이 된다"고 말했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직설화법이 신선한 맛은 있지만 어제 오늘 말이 다르고, 아침과 저녁 말이 달라지면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며 "정치적 경험도 없는 상황에서 정제되지 않은, 정리되지 않은 말을 뱉으내면 국민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