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집회 현장에 걸린 모형수갑 [촬영 = 이정훈 기자]<출처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는 경남 양산 사저 앞에서 욕설시위가 한달 째 지속되는 것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상 '묵인' 한 뒤 사회적으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야권과 주민들은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폭력이라며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더욱이 친문계 유튜브 매체인 '서울의 소리'가 박근혜 전 대통령 대구 사저 앞에서 보복 시위를 하겠다고 예고하면서 국민 분열 양상으로 확전되는 모양새다. 헌법이 보장한 집회를 막을 방법이 여의치 않은 상황 속에서 전문가들은 주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법적 근거를 토대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극우단체는 문 전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귀향을 한 후부터 거의 매일 욕설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극우단체나 개인은 사저 앞에 텐트를 치고 방송 차량을 통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각양각색의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셀카봉'을 든 유튜버들은 현장을 실시간 중계하며 갈등·혐오를 부추기는 해설을 곁들이고 있으며, 시위대는 가드레일 위에 수갑을 걸고 "문재인이 감옥갈 때 차고 갈 수갑"이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다.
이에 평산마을 주민들은 정신과 진료를 받을 정도로 고통을 받고 있다. 급기야 문 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대리인을 통해 명예훼소과 협박 등 혐의로 극우단체 회원 4명을 고소했고, 문재인 정부 때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 출신 의원들은 양산으로 와서 경찰에 항의했다. 양산경찰서도 당일 평산 마을의 주거지 사생활 평온 침해 등을 이유로 집회 금지와 제한 통고를 연달아 내렸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대통령 집무실로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니까 다 법에 따라서 되지 않겠나"라며 사실상 욕설 시위를 '묵인'하는 발언을 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졸렬하다"며 "국민의 고통마저 외면하겠다는 대통령의 옹졸함의 극치"라고 맹비난했다.
보복 시위까지 등장할 판이다.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백은종 대표는 이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앞의 시위 철수를 촉구하며, 일주일 내로 보수 시위대가 철수하지 않으면 박 전 대통령 대구 사저 앞에서 보복 시위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해당 영상은 유튜브 채널에 '패륜아들에게 경고한다. 양산에서 철수 안 하면 박근혜 사저로 간다'는 제목으로 남아있다. 이 때문에 3년 전 '조국 사태'처럼 또 다시 국민 분열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문 전 대통령보다 그 주민들이 생활하는 과정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게 문제"라며 "집시법 등에 따라 주민들이 피해를 받고 생활의 침해하는 정도의 소음 데시벨인지 아닌지 판단해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해도 지나친 인신공격이나 욕설을 '자유'의 범주에 넣고 해석하기에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개인적으로 볼 때 그런 시위는 자체적으로 없어지거나 입법을 통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영끼리 서로 맞불을 놓고 시위를 벌이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