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저성장' 장기화 가능성 中경기둔화에 수출악화 불보듯 "개선시킬 뚜렷한 요인 안 보여"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된 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다. 주요 경제전망 기관들은 선진국, 신흥국 가릴 것 없이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낮춰잡고 있는데, 최근 인플레이션 추세가 원인으로 꼽힌다. 2년 넘게 지속되던 코로나19가 종식기를 맞으면서 수요가 늘었고, 원유·원자재 가격이 폭등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이러한 폭등세에 기름을 부었다. 문제는 저성장 흐름이 올해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 인도분은 배럴당 119.4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국제선물거래소(ICE)의 브렌트유 8월 인도분도 배럴당 120.57달러로 폐장했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해제 기대감이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120달러를 웃돌다가 다소 진정되나 싶었던 국제유가가 다시금 치솟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조만간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7~9월 브렌트유의 평균 가격이 14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도 135달러를 오르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틱스 이코노미스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유가가 150달러에 이르면 미국 경기는 침체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제유가뿐 아니라 원자재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이 발표하는 광물종합지수(2016년 1월= 1000)는 이달 1주차 기준 3727.21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 2400 초반 선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불과 1년 사이에 50% 넘게 상승한 셈이다. 핵심 산업금속으로 분류되는 니켈과 아연은 각각 톤당 3950달러, 2만8795달러로 전주 대비 4.7%, 6.5%씩 올랐다. 유연탄(413.13달러) 역시 9.5% 뛰었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각국 통화정책은 보다 매파적으로 흐르고 있다. 당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달 중순께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지난달에 이어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소비자물가는 8%(전년 동월대비) 선을 넘어서며 40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 유로존 물가상승률도 지난달 사상 최고치인 8.1%(전년 동월대비)를 기록하며 유럽중앙은행(ECB)의 연말 빅스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국제유가 상승과 맞물린 인플레이션 우려로 유럽은 높은 확률로 금리를 올릴 것"이라며 "유럽연합(EU)의 부분적인 러시아산 원유수입 금지나 OPEC 플러스(+) 증산량 합의에 대한 의구심 등이 작용하면서 유가가 올랐다"고 보도했다.
결국 세계경기가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우리나라 경제에도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 특히 주요도시 봉쇄조치 후폭풍을 맞은 중국 경기마저 둔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수출전선에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작년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6445억4000만달러)에서 중국(1629억4000만달러)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였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됐고, 이제는 소비가 살아나면서 물가가 오르는 복합적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며 "유가는 오일쇼크 때만큼 큰 폭 오르지는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쳐 원자재와 곡물 등 가격이 동시다발적으로 치솟고 있다"고 짚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까지도 정책당국에서는 아니라고 했지만, 사실상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 중인 것으로 봐야 한다"며 "물가상승에 따른 경기침체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이를 개선시킬 뚜렷한 요인은 사실상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을 포함한) 해외수출이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수출악화 전망이 반영돼 투자지표부터 나빠지고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