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부추기면서 국내 수출 제조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제조업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에도 커다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8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무역수지는 4월 말 기준으로 61억4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 중이다. 5월 역시 17억1000만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고 산업통상자원부가 밝힌 바 있는 만큼, 올 상반기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80억 달러(약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원은 "지난 20년 동안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 것은 올해를 포함해 총 5번이지만, 견조한 수출 호조세를 바탕으로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 것은 올해가 유일하다"며 "지난 10년 동안 중간재 수입 비중이 높은 제조업 수출국들은 무역수지가 악화되고 저유가에 무역수지를 만회하는 공통적인 패턴을 반복해왔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원유를 비롯해 가스, 석탄 등 에너지 수입 가격이 치솟고, 여기에 유럽의 곡물창고로 불리는 우크라이나의 수출이 마비되면서 밀과 옥수수 등 국제 곡물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추세대로면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의 연간 무역수지 적자가 유력하다.

다른 수출국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은 올해 1~4월에만 351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 중이며, 독일은 올 1분기 무역수지 흑자가 작년 동기와 비교해 3분의 1 이하(656억 달러→208억 달러)로 급감했다. 미국의 경우 3월 무역적자가 1098억 달러로 사상 처음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간 교착상태에 머물 경우 이 같은 상황은 올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CNN비즈니스 보도에 따르면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국제유가가가 배럴 당 140달러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7일 기준 브렌트유 가격은 전날보다 1.06달러 상승한 120.57달러다.

이 같은 상황은 당분간 국제 교역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세계무역 성장률 전망치를 4.7%에서 3.0%로 하향 조정했고,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역시 2.8%로 종전 전망치(4.1%)에서 큰 폭으로 낮췄다. 이런 와중에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수입액 급증은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내놓은 '2022 경제 전망' 보고서를 보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은 정부 성장치인 3.1%보다 낮은 2.6%로 예상하면서, 내수의 기여도는 2.8%포인트(p), 수출은 -0.8%p로 각각 추정했다. 무역이 우리 경제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올 하반기 전망도 밝진 않다. 대한상공회의소 싱크탱크인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최근 우리나라의 하반기 4대 수출 불안 요인으로 중국의 성장 둔화,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통화 긴축, 일본 엔저 장기화 등을 제시했다. SGI는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이 10% 감소하면 국내 경제성장률을 0.56%p, 20% 줄면 1.13%p 떨어뜨릴 것으로 각각 추정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저성장-고물가 함정에 빠진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응해 차별적인 수출시장 접근과 공급망 안정화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박정일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