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는 공동주택의 지능형 홈네트워크 필수설비 구축 여부 및 보안관리 실태조사를 이날부터 공동 실시한다고 밝혔다. 실태조사는 전국 20개 아파트 단지에서 이뤄진다. 조사 대상 단지는 지자체 및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과 협의를 통해 선정됐으며, 지역·준공연도·홈네트워크 기기 설치 제품 등의 요소가 고려됐다. 홈네트워크는 현관문, 엘레베이터, 가전제품 등이 IoT(사물인터넷)으로 연결돼 원격 조작이 가능하도록 구조화한 장치로, 월패드가 대표적인 기기다.
이번 실태조사는 최근 홈네트워크 보안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지자 정부가 내놓은 조치의 일환이다. 지난해 11월 월패드에 설치된 카메라로 국내 아파트 거실을 녹화한 영상이 해외 다크웹에 퍼진 사건이 발생했다. 아파트 홈네트워크가 해킹에 취약하다는 점을 노린 해커의 소행으로 밝혀졌지만, 현행 보안 기준을 강화하지 않으면 월패드 해킹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월패드 해킹 사건이 일어난 지 한 달 만에 정부는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 설치 및 기술기준'(기술기준)을 개정해 세대간 망분리, 장비의 보안요구사항 준수 의무화 등 보안 기준을 강화했다.
정부는 기술기준에 따른 필수설비 설치여부와 KC(전자파적합)인증 여부, 장비·기기의 보안관리 실태를 점검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실태조사 점검 항목에 KS표준 준수 여부는 포함되지 않으면서 안일한 대처가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KS표준은 제조사마다 제각각인 기술을 표준화해 제품 간 상호호환성을 보장하는 제도다. NAT(세대 방화벽 기능)과 같이 보안을 한 층 강화할 수 있는 홈게이트웨이 구축도 KS표준 항목에 포함되어 있다.
KS표준 준수는 관계 법상 제조사들이 지켜야 할 항목이 아니기에 점검 항목에 포함하지 않았다는 정부 측 설명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기술기준 상 KC인증은 의무지만, KS표준은 의무가 아니다"라며 "이번 실태조사 목적은 홈네트워크 설비 설치 기준을 위반한 사항이 있는지 조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기준 제 13조 1항은 '홈네트워크사용기기는 정부 인증규정에 따른 기기인증을 받은 제품이거나 이와 동등한 성능의 적합성 평가 또는 시험성적서를 받은 제품을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로써는 KS표준을 지키지 않았어도 KC인증을 충족한 월패드라면 아파트에 설치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KS표준을 제조사 의무라고 해석하지 않으면서 상호호환성이나 보안 기준을 충족하지 않은 월패드들이 전국 아파트에 설치된 실정이다. 남우기 한국정보통신기술사회 전 회장은 "KC인증은 전자기기들의 전자파 적합성 검사일 뿐, 홈네트워크를 위한 인증 기준이 아니다"라며 "KS표준 인증 제품 설치 여부를 조사하지 않는다면 실태조사는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유선희기자 view@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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