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올해 최악의 적자를 낼 것이라는 전망과 맞물려 3분기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문제는 물가다. 이미 5%를 돌파한 물가 상승률은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결정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전기요금이 오르게 되면 파급효과로 인해 물가 상승률도 6%선을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7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3분기 전기요금 결정 과정에서 연료비조정단가 인상을 요구할 계획이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 등으로 구성된다. 앞서 정부는 기준연료비를 올해 4월·10월에 걸쳐 킬로와트시(kWh)당 4.9원씩 총 9.8원 올리기로 했다. 기후환경요금도 4월부터 7.3원으로 2원 올랐다. 이에 2분기 전기요금은 kWh당 6.9원 오른 상태다.
그러나 연료비와 연동된 요금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석탄·석유·천연가스 등 발전원료 가격이 치솟는 상황에서도 오르지 않고 동결됐다. 급등한 발전원료 가격 탓에 한전이 발전사들에게서 전력을 사올 때 줘야하는 대금기준인 전력도매가격(SMP)은 지난 4월 kWh당 202.11원으로 작년 동기(76.35원)보다 약 160%나 뛰었다.
한전이 전기를 kWh 당 약 200원에 사다 120원 가량에 판매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한전은 올해 1분기에만 7조8000억원 적자를 냈다. 작년 전체 적자(5조8000억원)보다도 큰 규모다.
시장에서는 한전이 올해 20조원을 넘는 적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최악의 경우 30조원 적자 전망까지도 나온다. 부채규모도 3월말 기준 156조5352억원으로, 작년(133조5036억원)보다 17% 이상 증가했다. 보유한 지분과 부동산 등을 팔아 6조원 이상 재무개선을 이뤄내겠다는 한전의 자구책이 역부족으로 보이는 이유다. 이미 내부적으로는 전력구매대금을 제 때 줄 자금이 없어, 외상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도 고쳤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전기요금 인가권을 갖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도 올 3분기에는 연료비 조정단가를 올려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고 있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직전 분기 대비 kWh당 최대 3원 올릴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인정할 것"이라며 "언제까지 억누를 수만은 없는 만큼, 기획재정부와 협의 때 '원가를 반영해 인상해야 한다'는 점을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고물가 추세로 연료비 조정단가가 최대 폭 인상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분(5.4%)에서 '주택·수도·전기 및 연료'의 기여도는 0.85%포인트였다. 전기요금 인상은 식료품, 교통 등 다른 요소의 연쇄적 물가 상승을 야기할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기요금 상승은 전반적 물가를 끌어올리는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현재 물가상승 압력은 상당히 높아져 있다"고 짚었다. 이어 "현재 한전이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는 점에서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 당시 탈원전 정책 등으로 전기요금이 지나칠만큼 인상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한전이 계속해 적자를 보는 현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있다면 물가상승 압력이 있더라도 우선은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