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술주 폭락,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캐피털(VC) 업계의 투자가 급감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장분석업체 CB인사이츠는 올해 2분기 중반까지 글로벌 스타트업에 대한 펀딩 계약이 580억달러 규모로, 전년 동기대비 20% 가량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벤처캐피털들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줄인 이유는 경기침체 우려에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르면 같은 금액이라도 자본의 값어치가 비싸진다. 이는 벤처캐피털이 현금을 보유해야 한다는 압박을 증가시킨다고 WSJ은 설명했다.
지금의 모습은 2000년 3월 10일 코스피 지수가 2834.4로 사상 최대치를 찍고 같은 해 연말 525.8포인트로 80% 이상 추락하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인기몰이를 하던 프리챌, 아이러브스쿨, 네띠앙, 엠파스 등의 인터넷 기업들이 거품 붕괴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묻지마 투자'가 만들어낸 각종 비리와 정치스캔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경제 전반에 아수라장을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20년 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20년 전 벤처 생태계와 오늘날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뭐가 달라졌을까? 스타트업, 투자사, 정부, 지원기관으로 구성된 스타트업 생태계가 촘촘하게 짜여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러한 가운데 DS자산운용과 KTB네트워크 등 국내 VC 업계가 투자한 스타트업들이 잭팟을 터뜨리며 이들이 투자한 업체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DS자산운용은 배민과 최근 핫한 유니콘으로 부상한 직방, 마켓컬리를 비롯해 투자 시장에서 유명세를 탄 펄어비스, 유틸렉스 등을 투자했다. DS자사운용은 직방에 총 35억원을 투자해 105억원을 회수했고 유틸렉스의 경우 총 35억원을 투입해 125억원을 거둬들였다. 각각 투자 수익률은 198.71%, 257.61%로 집계됐다. 펄어비스 역시 70억원을 투자해 243억원을 회수하면서 투자수익률 247.73%를 기록했다. 마켓컬리는 더욱 드라마틱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총 35억원을 투입한 지분을 기관 투자자에 412억원으로 넘기면서 투자수익률이 무려 1077.87%에 달했다. 다올인베스트먼트(구 KTB네트워크)도 토스(비바리퍼블리카), 스타일쉐어 등에 투자하며 꾸준히 호실적을 기록했다. 다올인베스트먼트는 펀드 청산 기준 671개 기업 투자 경험과 58개의 펀드 운용 경력, 내부수익률(IRR) 19.8%를 기록한 바 있다.
이러한 성과와 함께 최근 대규모 투자 유치를 성공한 기업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 대표 원격의료 플랫폼 닥터나우가 약사회를 비롯한 기존 의료시장 플레이어의 견제구 속에도 대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해 이목이 쏠린다. 닥터나우가 현재까지 유치한 누적투자액은 총 520억원에 이른다. 시리즈B 라운드 투자에는 소프트뱅크벤처스, 새한창업투자, 해시드, 크릿벤처스, 프라이머사제, 미래에셋캐피탈 등 다수의 기존 투자사와 함께, 앤파트너스, 굿워터캐피탈, 스마트스터디벤처스, 스프링벤처스 등 유수의 벤처캐피탈이 새롭게 참여했다.
이와 함께, 외식산업의 디지털화를 선도하는 디지털 외식플랫폼 '먼키'를 운영하는 먼슬리키친도 83억원의 시리즈A 투자에 이어 1년만에 230억원의 시리즈B 투자를 성공적으로 완료하며 누적투자금액 총 313억원을 유치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먼슬리키친의 기업가치는 1000억원을 넘은 것으로 투자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먼키는 모든 외식업에 적용시키기 위해 오피스, 쇼핑몰, 주상복합, 구내식당 등 다양한 외식포맷에서 디지털화를 통해 기존 외식사업자 대비 탁월한 운영 실적이 도출되는 결과를 입증했다. 외식산업에서 가장 어려운 운영 형태로 꼽히는 구내식당에서조차도 먼키앱과 먼키 'AI Biz'를 통해 직원들이 대기하지 않고 200여가지 메뉴를 즐길 수 있는 구내식당 플랫폼을 구현했다.
이를 통해 세계 최초 점심 홀 6회전이라는 일반 외식에서는 보기 힘든 결과를 만들었고, 나아가 AI에 의한 시간대별 메뉴 수요예측을 통해 푸드메이커의 생산 부하를 조절하는 등 외식산업이 갖는 공간, 생산, 수요 한계를 디지털로 극복했다는 점에서 투자사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최근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투자심리가 좋지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사업 아이템과 비전으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유니콘 기업을 향해 나아가는 업체들이 있어 희망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