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동월 대비 5.4% 상승했다. 상승률만 놓고 보면 2008년 8월 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데, 금융위기 직전만큼 물가 거품이 부풀어 올랐다는 뜻이다.
속도도 가파르다. 작년 11월 이후 올해 2월까지 3%대 후반 수준을 기록하다 3월 4.1%, 4월 4.8% 등 두 달간 4%를 기록한 이후 바로 5%대 중반까지 뛰어올랐다. 전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개월 연속 0.7%를 기록할 만큼 가파르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은 석유류·가공식품 등 공업제품(8.3%)과 외식 등 개인서비스(5.1%)가 견인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5.4% 가운데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의 기여도가 각각 2.86%포인트, 1.57%포인트로 두 품목의 비중이 82%에 달했다.
전월 대비 물가 상승률(0.7%)을 보면 석유류(0.03%포인트), 외식(0.11%포인트)보다 축산물(0.26%포인트) 기여도가 훨씬 컸다.
전기·가스·수도요금 인상도 물가 오름세에 한몫했다. 한국전력은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동결했으나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을 기존에 발표한 대로 지난 달부터 인상했다. 도시가스 요금도 4월과 5월에 연달아 올랐다.
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최소한 5%대를 이어갈 것이란 분위기가 우세하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다음 달 물가가 전월 대비 -0.4% 이상이 나오지 않는 한 5%대가 유지될 것이다. 5%대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1일 기자들과 만나 "당분간 5%대 물가를 보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물가상황점검회의를 열고 5월에 이어 6월, 7월에도 5%대의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와 한은, 통계청이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현재 고물가 원인이 되는 변수들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 만큼 국제유가·곡물가격이 내려갈 요인이 없고 글로벌 공급망 역시 빠른 속도로 복구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코로나19 방역조치가 해제된 상황에서 외식 등 개인서비스 가격의 상승세 또한 인위적으로 통제되지 않는 영역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6%대 물가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6월이나 7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 내외로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물가 상승률이 6%대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 국민 입장에서 5%, 6% 그런 숫자가 큰 의미가 없다. 국민이 겪는 물가는 그것보다 높다"고 말했다.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크다. 경제성장률이 여전히 2%대 중후반으로 관측되는 상황에서 스태크플레이션 위험이 커졌다고 얘기할 순 없지만, 경기는 둔화하는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심화하는 현 상황을 일종의 전조로 해석하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주원 실장은 "사전적 정의로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2분기 성장률이 1분기보다 떨어지는 등 흐름이 감지된다면 넓은 의미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초입이나 슬로우플레이션(저성장과 물가 상승)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봉 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도 문제이지만 인플레이션 후 경제가 장기침체로 흘러 들어가는 부분이 걱정스럽다"면서 "과거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지방선거로 국정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많다'는 취재진 질문에 "경제위기를 비롯한 태풍의 권역에 우리 마당이 들어가 있다. 정당의 정치적 승리를 입에 담을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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