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중고 샤넬 보이백을 구입했다. 판매자 B씨가 몇 번 쓰지 않았다며 올린 사진은 중고지만 신품과 다름없을 정도로 깨끗했다. 가격도 적당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B씨에게 물건 가격을 입금하고 이틀 뒤 A씨가 받은 가방은 네 귀퉁이가 다 헤져있었다. A씨의 환불 요청에도 B씨는 답을 주지 않고 잠적했다.
최근 C2C(개인 간 거래) 위주로 국내 중고거래 시장이 급성장한 가운데 판매자와 구매자 간 분쟁부터 사기 피해까지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22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최근 급증한 개인 간 거래 과정에서 판매자·구매자 분쟁과 사기범죄가 빈발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KISA가 운영하는 전자문서·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전자분조위)에 지난해 접수된 신고 5163건 중 80.9%가 개인 간 거래와 관련한 것이었다.
이 중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 주요 중고거래 플랫폼 3사의 분쟁 조정 건수는 3373건으로, 2020년의 646건에 비해 약 422%나 늘었다. 분쟁 대상 품목은 중고 스마트폰, 에어팟 등 전자제품, 기프티콘 등 상품권, 공동구매 의류, 중고 명품가방 등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물품 거래 시 하자를 언급하지 않았거나 구매한 물건과 다른 물품이 배송된 경우, 배송 중 물품 손상에 따른 환불 등이 주요 분쟁 유형으로 꼽혔다.
개인 간 거래를 기반으로 국내 중고거래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질서는 갖춰지지 않은 영향으로 분석된다.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2008년 4조원에서 2020년 20조원으로 5배 성장했다. 주요 중고거래 플랫폼 3사의 거래 규모는 연간 7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시장이 커지면서 익명성, 비대면성으로 대표되는 개인 간 거래의 특징을 악성 거래자들이 이용한 결과다. 최근에는 사기 범죄까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피해도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중고거래 사기 피해액은 2016년 306억원에서 2020년 897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가운데 정부는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동영상, 포스터 제작을 통해 분쟁 예방 홍보를 하는 한편, 플랫폼과 공동으로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각 플랫폼에 분쟁을 막기 위한 안내문을 게시하는 식이다. KISA는 올해부터 플랫폼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판매물품의 정보제공 강화, 안전결제 시스템 구축, 이용자 분쟁조정기구 설립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플랫폼들은 AI(인공지능)와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거래자들에게 이상행위 탐지, 사기 이력 이용자 등을 알려주는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범죄 피해자 지원, 사기 이력 안내 등을 위해 경찰청 등과 공조하는 협력체계도 구상 중이다. 전홍규 KISA 전자분조위 사무국장은 "분쟁 해결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올해 7월 내에 제작해서 플랫폼에 배포할 계획"이라며 "플랫폼들과 정기적으로 협력 회의도 진행하는 등 개인 간 거래 분쟁을 예방을 위한 체계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희기자 view@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