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경제연구원 '농촌 지역사회, 여성농업인 지위와 정책 과제'
"여성 농업인, 다양한 역할 맡지만, 대우 받지 못해"
"남성 대비,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대한 인식 낮아"
농촌 지역사회 가부장적 문화, 여성의 과소대표성·성폭력 기반
구성원 간 공동체적 대응·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여성 대표성 확대 필요

농촌 지역사회에서 여성 농업인들은 농업 노동력으로서 역할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 돌봄 및 관리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 농업인의 위상은 조력자나 주변인에 머물러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에 여성 농업인의 지위 향상을 위한 정책적 지원과 농촌 공동체적 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국농업경제연구원은 '농촌 지역사회에서 여성농업인의 지위와 정책 과제' 연구를 통해 농촌 지역사회에서 여성농업인의 역할과 현주소를 진단하고 정책적 대안들을 제시했다.

현재 농촌에서 여성 농업인들은 노동력은 농작업 전반, 농산물 생산의 전 단계에 있어서 필수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 여성농업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2%가 전체 농업일의 50%를 담당하고 있으며, 응답자 4명 중 1명은 농사의 75% 이상을 담당한다고 답했다.

연구를 진행한 임소영 연구원은 "여성 농업인은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공헌하는 만큼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여성 농업인의 지위가 남성과 동등한 것으로 평가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농업인 12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여성 848명, 남성 376명)를 진행한 결과 여성농업인은 사회경제적 지위에 대해 주관적 인식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여성의 경우 중간과 '대체로 낮다', '낮다'로 응답한 비율이 79.1%에 달하는 반면, 반면 남성은 '중간'과 '대체로 높다', '높다'로 응답한 비율이 83.8%로 사실상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농업인 12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여성 848명, 남성 376명)를 진행한 결과 여성농업인은 사회경제적 지위에 대해 주관적 인식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여성의 경우 중간과 '대체로 낮다', '낮다'로 응답한 비율이 79.1%에 달하는 반면, 반면 남성은 '중간'과 '대체로 높다', '높다'로 응답한 비율이 83.8%로 사실상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진은 농업인 12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여성 848명, 남성 376명)를 진행한 결과 여성농업인은 사회경제적 지위에 대해 주관적 인식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여성의 경우 중간과 '대체로 낮다', '낮다'로 응답한 비율이 79.1%에 달하는 반면, 반면 남성은 '중간'과 '대체로 높다', '높다'로 응답한 비율이 83.8%로 사실상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농촌경제연구원>
여성농업인의 지위를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인 교육과 재산 상황에서도 농지, 농지를 제외한 토지, 주택 등의 부동산을 가진 여성농업인은 각각 31.4%, 13.7%, 28.5%로 남성농업인의 80.1%, 43.4%, 78.7%와 비교하여 적었다.교육 수준의 경우 고졸 이하 여성농업인이 53.7%로 남성농업인 70.5%에 비해 16.8%p 적었다.

여성 농업인들은 마을 내 여성의 지위가 낮다고 생각하는 이유로 '한국의 전통적인 성 인식 때문'이라고 응답(35.6%)했다. 보고서는 농촌 지역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가부장적 문화가 지역사회 모든 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문화는 여성의 과소대표성, 비공식 노동에 대한 불인정, 성별분업, 여성에 대한 폭력 등에 기반이 된다.

지역 내 대표적인 생산자 조직인 농·축협의 경우 지역농협의 여성 조합원 비율(2020년 6월 기준)은 33.3%이지만, 2020년 9.0%(1201명) 수준이었다. 보고서는 2015년 4.5%에서 4.5%포인트(p) 늘어난 수준이지만 "전체 여성농업인과 여성조합원을 대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지역사회 중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여성 이장은 2000년대 중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해 2020년 전체 3만7510명 중 3530명(9.4%)까지 증가했다. 이에 "여성 농업인의 지위는 과거에 비해 높아지고 있으나 여전히 농촌 지역에서 여성의 비중을 고려할 때 충분히 대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가부장적 문화와 더불어 여성은 지역사회 의사결정에 참여해 대표성을 갖기 위한 정보 획득·훈련 부족, 여성의 역량이 남성에 비해 떨어진다는 편견, 경제적 상황으로 인한 부업, 독립된 생산주체로 인정받지 못하는 점 등을 여성이 지역사회 주요 의사결정에서 배제되는 이유로 꼽았다.

또한 "농촌 사회에서 여성 농업인이 담당하는 노동 부담이 과중함에도 불구하고 마을 공동밥상, 돌봄 활동은 여성농업인에게 돌아가고 있다"며 " 마을에 대한 봉사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 공식적인 보상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인권 차원에서 여전히 여성에 대한 성폭력·성희롱, 사생활 침해, 정상가족 강요 등 성적 침해가 나타나고 있으며, 청년 여성농업인이 이런 성적 침해 문제에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여성농업인 응답자 중 18.4%가 마을에서 여성이 성적 농담  이나 여성 비하 발언, 여성이기 때문에 받는 차별과 편견, 사생활 침해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고 응답하였다. <농촌경제연구원>
여성농업인 응답자 중 18.4%가 마을에서 여성이 성적 농담 이나 여성 비하 발언, 여성이기 때문에 받는 차별과 편견, 사생활 침해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고 응답하였다. <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는 여성 농업인의 지위 향상을 위해 △구성원 간 연대와 소통을 확대해 공동체적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여성의 주체적 참여로 이해 당사자인 여성이 남성을 계몽시켜 변화의 동력을 내재화하는 것 △시도 행정기관의 인력과 재정적 측면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정부에서 추진 중인 '공동경영주' 제도를 안착시켜 경영주 범위 안에 공동경영주를 명시하고 농협 임원에 여성 비율을 높여 실질적인 발언권 확보도 중요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내 재생산 활동을 개인의 희생정신에 기대기보다 조직화와 제도화로 공식적 노동으로 인정하고, 사회적 경제조직을 통해 마을의 농축산물 생산, 농업 관련 산업, 돌봄과 의료, 교육 등을 공식화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고 밝혔다.

성평등 확대를 위해 이장이나 정책 의사결정과정을 맡은 이는 성평등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남여를 가리지 않고 성평등 교육을 함께 또는 따로 받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성폭력 방지를 위해 CCTV 설치와 순찰, 안전한 주택 확보 등 공적인 개입과 함께 읍·면 단위 마을 차원의 폭력예방교육 등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여성 농업인의 정책참여 확대를 지자체 조례로 제시하고, 여성의 정책 참여 수준이 개발사업 평가체계에 포함되도록 해 이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민호기자 lmh@dt.co.kr

입하를 하루 앞둔 4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관계자들이 연구용 논에 손 모내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입하를 하루 앞둔 4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관계자들이 연구용 논에 손 모내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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