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횡령사건 후 제재 요구 미온적 태도에 통제 실효성 논란 5대 은행 "연내 도입 목표" 말뿐
주요 은행들이 모두 은행권이 마련한 표준 내부통제 기준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은행권이 자율적으로 나서겠다며 내세운 표준 내부통제 기준 반영을 시한이 남았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의 개입을 최소화해달라고 요구했던 모습과 대비된다. 최근 우리은행의 거액 횡령 사건으로 은행 내부통제 문제가 떠오르면서 기준을 반영하고 나서도 실효성 논란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 중 은행연합회에서 마련한 '은행권 표준 내부통제 기준'을 회사 내부 규정에 반영한 은행은 없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주사 이사회에 '내부통제위원회'와 이사회, 대표이사, 준법감시인으로 구성된 조직이 있지만 이 역시 표준을 반영하진 않은 상태다.
은행연합회는 지난해 11월 내부통제와 관련한 이사회와 임직원의 역할을 명시한 '은행권 표준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한 바 있다. 이는 6개 금융협회가 공동 발표한 '금융산업 내부통제 제도 발전 방안'의 후속 조치로 은행에 내부통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사회가 경영진에게 '내부 통제 개선 계획'을 제출하도록 하고 책임 있는 임직원에 대한 징계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은행연합회는 은행들에게 올해 말까지 기준을 내부 규제에 반영하라고 안내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은행들은 "검토 중"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한 주요 은행 관계자는 "연내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만 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법률적 문제 등 제반 사항 검토 중"이라며 "속도 있게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내부통제 제도 반영 뒤 운영 상황까지 점검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600억원 규모의 거액 횡령 사고가 발생한 우리은행의 경우 내부통제 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그룹이 2020년 내놓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내부통제 제도의 운영과 관련된 협의기구로 내부통제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이사회 내에 소위원회 격인 '내부통제관리위원회'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그룹 내부통제 활동을 총괄 관리하기 위해 자회사별 준법감시업무, 그룹 내부거래 현황 등을 정기·수시로 보고받고 검토 결과에 따른 피드백도 이뤄지고 있다.
횡령 사고는 내부통제관리위원회가 설립되기 전에 발생했지만 해당 직원이 최근까지 일하고 있었던 만큼 기존에 시행하고 있던 내부통제로 실마리를 찾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은 앞서 지난해 9월 금융당국에 보낸 건의문에 "내부통제가 금융회사의 자율규제인 점을 감안해 제재 중심의 현행 감독 방식이 아닌, 개선 방향 제시 등 원칙 중심으로 감독하고 내부통제를 유인하는 규제 환경을 조성해줄 것을 제안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연이은 금융 사고와 내부통제 실패로 잇달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에 법률 제정 외에도 당국이 나서서 세부 내용을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최근 명령휴가제도 등 암행 감찰과 비슷한 제도들이 은행 내부에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유심히 보고 있다"며 "우리은행에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문혜현기자 moone@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