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군비확장·北 미사일 등 영향 자민당, 정부에 새 안보전략 제언 적국 중추로까지 타격범위 확대 아베도 못한 헌법 9조 개정 가능성
2016년 8월 25일 일본 시즈오카현 고텐바시 소재 히가시후지연습장에서 육상 자위대가 연례 사격 훈련인 '후지종합화력연습'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계기로 일본이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 이라는 안보정책을 변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베 신조 등 강경파가 총리 재임 중 이루지 못한 헌법 9조 개정까지 성사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집권 자민당이 지난달 26일 확정해 다음 날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제출한 '새로운 국가안전보장전략 등의 책정을 향한 제언'에서는 향후 일본의 안전보장 체계의 방향을 엿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 정부는 자민당의 제언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언은 중국의 급격한 군비 확장, 북한의 미사일 능력 향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배경으로 안보 정책을 가다듬고 방위력을 증강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문서에서 그동안 '적 기지 공격 능력'으로 불린 타격력 강화 구상이 '반격 능력'이라는 표현으로 바뀌어 반영됐다는 점이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자민당은 "이런 엄중한 상황에 입각해 헌법 및 국제법의 범위 안에서 일미(미일)의 기본적인 역할 분담을 유지하면서 전수방위의 사고방식 아래서 탄도미사일 공격을 포함한 우리나라에 대한 무력 공격에 대한 반격 능력(counterstrike capabilities)을 보유해 이런 공격을 억지하고 대처한다"고 문서에 기술했다.
기존에 논의되던 적 기지 공격 능력과 달리 타격 범위를 적국 중추로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문서는 "반격 능력의 대상 범위는 상대의 미사일 기지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국의 지휘통제기능 등도 포함하는 것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자민당은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 아래서 상대 영역 안쪽으로의 타격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미국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미사일 기술의 급속한 변화·진화에 의해 요격이 곤란해져 왔으며, 요격만으로는 우리나라를 완전히 방위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반격 능력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선제공격이라는 지적을 피하도록 반격 능력이라고 이름을 바꿨지만, 기존에 거론되던 적 기지 공격 능력보다 타격력을 더욱 확대하는 구상이다.
일본 정부는 연말에 예정된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안보 관련 문서 3종을 개정할 때 자민당의 제언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의 제언에 대해 "제대로 받아들여서 논의를 추진하고 싶다"고 반응했다.
자민당은 또 방위비는 GDP 대비 2% 이상돼야 한다며 방위비 증액을 공론화했다. 해당 문서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여러 나라의 국방예산 대(對) 국내총생산(GDP) 비율 목표(2% 이상)도 염두에 두고서 우리나라로서도 5년 이내에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 수준의 달성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한다"고 기재돼 있다.
2022년도 방위비는 본예산 기준으로 약 5조4005억엔(약 52조7000억원)이며 이는 일본 정부의 기존 기준으로 따지면 GDP의 0.96% 수준이었다. 자민당이 제안에서 밝힌 2%라는 것이 어떤 기준에 따른 것인지 명확하지 않고 '염두에 둔다'처럼 모호한 표현이 사용돼 이들이 목표로 하는 방위 예산 금액을 정확하게 산출하기 어렵지만, 맥락상 대폭 증액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일본이 제기하는 '반격 능력'은 헌법 9조나 전수방위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헌법 9조는 전쟁 포기, 전력(戰力) 비보유, 교전권 불인정 등을 담았다. 이는 일본 정부가 내놓은 타국의 중추를 타격한다는 개념과는 거리가 멀다.
헌법 9조 1항은 "일본 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평화를 성실히 희구하며, 국권의 발동인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써는, 이를 영구히 포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9조 2항은 "전항의(1항)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육해공군이나 기타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 나라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기술하고 있다.
한편으론 일본의 안보정책 변경엔 일본 여론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최장기 재임 기록을 세웠던 아베 전 총리가 개헌을 비롯해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을 완성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여론의 반대였다.
여론의 변화가 일본 주요 언론의 조사에서 거듭 확인되고 있어 주목된다. 아사히신문과 도쿄대 다니구치 마사키 교수 연구실이 올해 3∼4월 일본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우편 조사에서 일본의 방위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64%였으며 반대 의견은 10%였다. 2003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방위력 강화에 찬성하는 이들이 60%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여론 변화에 힘입어 자민당이 올해 여름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2024년 개헌안 발의, 2025년 개헌 투표가 실시된다는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2016년 8월 25일 일본 시즈오카현 고텐바시 소재 히가시후지연습장에서 육상자위대 전차가 사격하고 있다. 시즈오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