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과 목련꽃이 엊그제 핀 것 같았는데, 이제는 아리잠잠한 라일락이 싱그러운 향기를 내뿜고 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연두색의 여린 나뭇잎들이 벚꽃이 진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확연한 봄입니다.
이 봄에 '객석'에 들려온 반가운 소식이 있어 전합니다. '객석'은 지난 2020년 10월호부터 22년 3월호까지, 장장 18개월에 걸쳐 '21세기 한국의 젊은 작곡가 탐구' 시리즈를 연재했었습니다. 그동안 화려한 연주자들을 조명한 기사는 많았지만 우리 음악 발전에 토대가 되는 젊은 작곡가들 이야기는 드물었기에 본지가 처음으로 시작했던 야심찬 기획이었습니다.
송주호 필자가 취재하고 집필한 그 기사의 주인공들은 양지선·장은호·전현석·신동훈·박정은·오예승·김지현·김은성·최한별·한대섭·최재혁·공혜린·지성민·손일훈·문종인·부다혜·최진석·김신입니다. 대부분 20~30대 연령층인 그들은 해외유학과 활동을 거쳐 나름대로 탄탄한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해온 분들입니다. 그러나 현대음악이 여전히 낯선 장르라는 이유로 일반 독자들과 대중에게 큰 관심을 얻지는 못했지만, 음악계에서는 나름 큰 화제와 성과가 있었습니다.
우선 이 시리즈를 꼼꼼히 살펴보았던 함신익 지휘자가 2021년 3월에 소개됐던 작곡가 오예승의 인터뷰를 보고 2022년 악단의 위촉작곡가로 선정했습니다. 그 작품이 6월 11일 롯데콘서트홀에 오르는데요, 두 명의 소프라노와 여성 합창이 등장하는 오예승의 신작입니다. 연주는 함신익이 지휘하는 심포니 송이 맡아 국내 최초로 연주합니다.
현대음악 앙상블인 '소리'는 아예 본지 연재를 통해 소개한 작곡가들 작품을 집중적으로 연주하는 장기 프로젝트를 기획 중입니다. '동방신곡'(東方新曲)이란 타이틀이 붙은 이 프로젝트는 앞으로 3년동안이나 진행할 예정이랍니다.
6월 23일, 중견 작곡가 장석진의 연주회를 일신홀에서 선보이는 것을 시작으로, 전현석·오예승·한대섭·양지선·지성민·최재혁·손일훈 등의 작품과 그들에게 영향을 준 여러 작곡가의 작품들을 함께 연주함으로써, 우리 시대의 '새로운 음악'을 여러분께 들려줄 것입니다.
이에 맞춰 본지에서는 이 연주의 리뷰와 후속 공연도 계속 소개할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손일훈 작곡가가 작년 11월에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개관 10주년 기념페스티벌'의 음악감독을 맡았다는 기쁜 소식도 있었습니다. 12월에는 한대섭의 오페라 '모던 걸 나, 혜석' 초연이 있었고, 최재혁은 본지 인터뷰 후 유럽에서 작품 발표와 함께 지휘 경력을 쌓았죠.
올해 초, 대구에서 열렸던 지성민의 관현악 작품 연주 등 본지에 소개된 여러 작곡가들의 다양한 활동 소식을 접하면서 "'객석'은 역시 힘이 세구나"란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매우 보람 차고 뿌듯했던 순간들이었죠.
특히 한 관객이 본지의 인터뷰를 보고 공연장을 찾아왔더라는 작곡가 양지선의 이야기는 감동적이었습니다. 웬지 어렵게만 느껴지던 현대음악도 관객들과 소통이 가능하다는 걸 확인한 순간이었으니까요. 앞으로도 '객석'은 이렇게 우리나라의 예술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칼럼을 지속적으로 기획하고 수록할 것입니다.
또 다른 의미로 소외돼왔던(그들 대부분이 교단에 있어 덜 주묵받았던) 중장년 작곡가 시리즈도 기획하여 그동안 침체되었던 동요, 가곡 및 현대 클래식음악의 작곡 세계를 좀 더 조명하여 힘을 실어 주고자 합니다. 사실 새로운 실험을 밀어붙이는 젊은 작곡가들 뿐만 아니라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노래에 싣는 중견 작곡가들은 앞으로 한국 음악의 곳간을 채울 예술가들입니다. 그들이 건재해야 우리 음악계가 더 풍성해지고 세계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요.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도 쭉 지속될 '객석'의 뜻 깊은 기획기사들에 독자 여러분 및 많은 음악계 관계자가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객석'은 언제나처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