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이란 단어는 방사능을 떠올리면서 불안을 유발하게 된다.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기억으로 인해 공포를 느끼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1950년대에 평화적 목적의 원자력발전이 보급되면서 2020년 기준으로 전체 발전 전력의 10% 정도를 차지하게 됐다.
가장 원자력 발전을 많이 하고 있는 프랑스는 전체 발전량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2030년까지 소형 원자로 개발에 10억 유로를 투입하기로 했다. 심지어 우리나라조차도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원전비율이 26.8%였는데 2018년 23.4%로 줄었다가 2021년에는 27.4%로 오히려 늘었다. 그만큼 원전 없이는 충분한 발전량을 확보할 수 없다는 의미다.
원자력 발전이 전 세계에서 다시 주목을 받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65년의 역사에서 문제가 된 사례는 1979년 미국 스리마일섬 원자력 발전소 사고, 1986년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그리고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3건이 있다. 스리마일 섬의 경우 다행히 초기 대응에 성공하여 그 사고로 인해 사망하거나 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1978년 가동된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황당한 사건이었다. 원전의 안전성을 보여주기 위해 안전장치를 전부 끈 상태에서 원자로의 가동을 중단할 경우에 대한 실험이 시작됐다. 그리고 실험 도중 발전 출력을 낮추는 과정에서 조작 실수가 일어나면서 원자로 중심에 방사성 물질인 제논이 쌓여 폭발하게 됐다.
이렇게 원자로가 폭발하자 연구원이 소장에게 원자로는 정상인 상태에서 수소 폭발이 일어났다고 허위보고 했다. 따라서 직원들과 방호복도 입지 않은 소방관이 투입되면서 방사능 피폭으로 29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18세 이하의 사람들 중에서 2000명이 갑상선암에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 가동 중인 발전소를 대상으로 어처구니 없는 실험을 했을 뿐 아니라 허위 보고까지 이뤄지면서 큰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지진과 해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초기 대응에 실패한 최악의 사고였다. 만일 스리마일섬의 사고 때처럼 초기에 적절한 대응을 했으면 피해를 훨씬 줄였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런 사고들을 겪으면서 원전의 안전성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다른 방식의 발전이라고 모두 안전한 것은 아니다. 1975년 중국 윈난성의 수력발전용 댐이 붕괴되면서 17만명에서 23만명으로 추산되는 사람들이 사망했다. 화력발전 역시 석유 시추 과정에서 폭발로 인한 사망과 원유 유출로 인한 피해가 적지 않다.
특히 매년 미세 먼지로 인한 사망이 증가하고 있는데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대기오염으로 450만명이 조기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 중 화력발전으로 인한 비중이 결코 적지 않다. 우리나라도 화력발전의 비중이 62%가 넘는 실정이다. 또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원자력 폐기물의 위험이 지나치게 과장되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최근에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소형 원자로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형 원자로는 300MW 이하의 원자로로 직경 4미터, 높이 20미터 정도의 크기이다. 소형 원자로의 부품 수는 기존 원자로에 비해 100분의 1 수준인 1만개 정도이고 공사 기간과 비용도 적게 든다. 구조가 간단한 만큼 사고 위험도 기존 원자로의 0.1%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설사 사고가 나도 영향을 받는 지역이 반경 300미터 정도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프랑스와 미국 등이 소형 원자로 개발에 전력을 투구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2012년 세계 최초로 소형 원자로 표준설계 인허가 획득에 성공했지만 그 후 더 이상의 진척이 없다고 한다.
원자력발전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친환경 녹색산업인 택소노미(Taxonomy)로 분류하고 있다. 환경 오염과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의 피해를 감안하면 원자력발전이 더 환경친화적인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