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그룹 출범 1년만에 자산 24% ↑
계열사들도 영업이익 212% 껑충
첫 독립 LS·안정된 GS 능가할만

LX그룹이 창립 1주년을 맞았다. 코로나19 및 지정학적 이슈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물류난 등 경영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가운데 우려 속에서 출범한 LX그룹은 전년 대비 크게 개선된 성적표를 바탕으로 재계에 안정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LX그룹은 지난해 5월 1일을 기일로 LG그룹으로부터 분할해 출범했으며, 같은 달 3일 공식 업무를 시작해 이날로 출범 1주년을 맞았다.

LG그룹은 구인회 창업회장 때부터 그룹의 경영권은 장남이 승계하고, 동생들은 일부 회사를 독립해 나가는 장자승계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LS를 시작으로 GS, LIG, LF 등 '범LG가'에 이어 지난해에는 구본준 회장이 LG상사(현 LX인터내셔널), LG하우시스(LX하우시스), 실리콘웍스(LX세미콘), 판토스(LX판토스), MMA(LX MMA)의 5개 회사를 중심으로 독립을 결정했다.

지난해 정식 분할이 이뤄진 이후에도 LX그룹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앞서 LS나 GS 등이 각각 전선 사업과 정유 사업이라는 '알짜배기'를 들고 나간 것과는 달리 기존 그룹의 주력 사업과는 다소 거리가 동떨어진 사업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범LG가 기업들 중 가장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곳은 GS그룹이다. 핵심 계열사인 정유 사업을 보유하면서 출범 당시부터 이미 18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대기업이었고, 이후 1년 사이 자산을 3조원가량 불리는 데 성공했다.

출범 첫 해 그룹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19% 증가한 27조5000억원에 달했으며, 순이익도 16% 늘어난 1조5600억원을 기록했다. 주력 계열사인 GS칼텍스가 출범 첫 해 연매출이 16조원이 넘어 전체 그룹 매출의 절반 이상을 견인했으며, GS건설은 매출 규모가 39% 이상 늘어나며 알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에 앞선 2003년 LG그룹에서 첫 독립을 결정한 LS그룹(구 LG전선그룹)은 분할 전인 2003년 매출 규모가 7조3500억원에서 2004년에는 8조7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나 분할 첫 한 해 동안 18.4% 규모를 키웠다.

2008년 지주사 LS의 물적분할 전까지 모기업 역할을 했던 LS전선(구 LG전선)의 연매출이 2003년 3조4416억원 에서 2004년 5조1678억원으로 늘어나며 전체 그룹의 실적을 견인했다. 다만 LS그룹의 영업이익은 2003년 3480억원에서 2004년 3920억원으로 11.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출범 1주년을 맞은 LX그룹의 성적표는 이들 두 기업에 전혀 밀리지 않는, 오히려 수치적으로는 위의 두 그룹을 능가하는 매출과 수익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먼저 LX그룹의 자산 규모(별도 기준)는 분할 전인 2020년 말 기준 8조930억원에서 1년 사이 10조374억원으로 약 24% 늘어났다.

각 계열사들의 실적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 그룹 소속 계열사의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2조8099억원, 1조259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42.3%, 영업이익은 212.8%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전 세계적인 물류 대란과 반도체 수급 불균형 속에 해당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의 수익이 큰 폭으로 늘었다. 그룹 내 맏형격인 LX인터내셔널은 1년 전보다 영업이익이 4배 이상 늘어난 6562억원을 기록했으며, 토종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업체)로 불리는 LX세미콘도 369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LX그룹은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기존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인수합병(M&A)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LX하우시스가 시도한 한샘 인수전에서는 고배를 마셨지만, 올해 들어서는 LX인터내셔널이 3월 한국유리공업을, 4월 포승그린파워를 인수하는 데 성공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지난해부터는 M&A 시장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던 시스템반도체 기업 매그나칩반도체 인수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가 현실화될 경우 최근 그룹 내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LX세미콘과의 시너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최근 LX그룹의 공격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은 구 회장의 '승부사'적 면모가 잘 드러나 있다는 게 재계 전반의 시각이다. LG그룹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상사, 전자 등 주요 계열사를 이끌며 '투지'를 강조해온 구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도 "신사업은 기업의 미래 성장에 가장 중요한 밑거름"이라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속도감 있게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공격적인 사업 행보를 예고한 바 있다.

다만 LX그룹은 LG그룹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나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와 관련 LX그룹은 최근 LG그룹을 통해 공정위에 계열사 분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내 공정위로부터 계열분리 승인이 이뤄져도 LX그룹은 이후 3년간 LG그룹과의 거래내역을 공정위에 제출해야 한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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