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개선부서 6년간 3차례 범행
금감원, 종합·부문 검사 헛수고
개별거래 위조·변조 등 집중수사

우리은행 횡령 사건이 있었던 6년 동안 금융감독원이 11차례 검사에 나섰지만 관련 내용을 적발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우리은행 횡령 사건이 있었던 6년 동안 금융감독원이 11차례 검사에 나섰지만 관련 내용을 적발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 직원이 세 차례에 걸쳐 614억원을 빼돌릴 동안 11번이나 우리은행 검사에 나섰지만 해당 정황을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 특성상 목적과 범위가 정해져 있어 혐의가 있지 않으면 적발이 어렵지만 검사 시스템을 일부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범행이 벌어진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우리은행에 대해 일반은행검사국, 기획검사국, 은행리스크업무실, 외환감독국, 금융서비스개선국, 연금금융실 등이 동원돼 총 11차례 종합 및 부문 검사를 벌였다.

이 기간 동안 우리은행 직원은 구조 개선이 필요한 기업을 관리하는 기업개선부에서 일하면서 6년간 다른 이의 명의를 통해 세 차례에 걸쳐 614억원을 인출했다.

당시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부동산개발금융·PF대출) 심사 소홀로 인한 부실 초래, 금융실명거래 확인 의무 위반 등만 포착했다. 2013년엔 종합검사를 받을 차례였지만 민영화와 매각설 이슈로 미뤄졌고 2014년엔 검사 범위가 줄어든 종합 실태평가에 그쳤다. 2016년과 2018년 경영실태평가에선 금감원과 은행 모두 횡령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

2015년 검사에선 우리은행 도쿄지점이 2008년 4월말부터 2013년 6월 중순까지 타인 명의로 분할 대출하는 등 111억9000만엔의 여신을 부당하게 취급한 내용은 적발해 제재했지만 국내 횡령 흔적은 잡아내지 못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우리은행에 대해 이뤄진 현장 종합검사에서도 이번 사건을 포착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 일각에선 금감원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금감원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감사 절차에서의 문제를 점검하고 시스템을 점검하겠다고 나섰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지난달 29일 외국계 금융사 최고경영자 간담회를 마친 뒤 "내부통제 운용하는 사람들이 충분한 정도의 전문가로서 주의의무를 게을리했다면 그에 대한 사후책임을 당연히 물어야 한다"며 "내부통제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당연히 우선적으로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금감원의 검사 자체가 모든 내역을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목적과 범위를 정해두고 시스템을 살피는 게 일반적이어서 어려움이 있었다는 평가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 직원이) 특수한 목적으로 개별 거래 건을 꽁꽁 숨겨둔다던지, 위조나 변조가 있었다고 한다면 그러한 혐의를 갖고 가야 살펴볼 수 있다"며 "수만 건을 건건이 다 볼 수가 없다. 여신이면 여신, 가계대출이나 PF대출 등 중점을 두고 볼 수밖에 없어 특별한 혐의점을 갖고 보지 않는 이상 발견하기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감사원은 2년 만에 금감원 대상 기관운영 감사에 나선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예비감사를 진행했고 곧 본감사가 이뤄질 예정"이라며 "정기검사 형태로 기존에 계획됐던 것"이라고 했다.

이번 우리은행 사태 관련 감사에 대해선 "계획에 있던 감사지만 그 부분도 당연히 검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그동안 수차례 금감원 감사에도 관련 내용이 적발되지 않은 것을 두고 중점 감사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혜현기자 mo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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