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표현 불능증 소년 성장기 소설 '아몬드'
원작 기반으로 창작뮤지컬 삽입음악 작업중
해석 따라 논란 생길까 조심… 스릴감도 느껴
의도치 않게 전작들과 맞물린 '괴물3부작'으로
'프랑켄슈타인' 음정·'메리셸리' 선율 등 반영

이성준은 클래식 기타 전공으로 서울대를 졸업,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음악 감독 데뷔 후 영국 스코틀랜드 왕립음악원에서 뮤지컬 음악을 공부했다. 뮤지컬 '햄릿' '모차르트!' '삼총사' '잭더리퍼' 음악감독을 맡았으며, '프랑켄슈타인' '벤허' 등 창작 뮤지컬 작곡가로서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현재 단국대 뮤지컬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성준은 클래식 기타 전공으로 서울대를 졸업,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음악 감독 데뷔 후 영국 스코틀랜드 왕립음악원에서 뮤지컬 음악을 공부했다. 뮤지컬 '햄릿' '모차르트!' '삼총사' '잭더리퍼' 음악감독을 맡았으며, '프랑켄슈타인' '벤허' 등 창작 뮤지컬 작곡가로서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현재 단국대 뮤지컬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월간객석과 함께하는 문화마당

뮤지컬 '아몬드' 작곡가 이성준


나에겐 아몬드가 있다. 당신에게도 있다.

-손원평 소설 '아몬드' 중

소설 속 주인공은 감정 표현 불능증이다. 감정을 느끼는 아몬드 크기의 '편도체'의 이상 때문이다. 소설은 감정을 느끼지 못해 오히려 감정에 대해 열심히 관찰하고 학습해야 할 소년의 성장기를 담았다. 영화에서나 느낄 법한 속도감 있는 전개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독특한 설정의 주인공이 묘사하는 감정들은, 우리가 늘 느끼지만 무심코 지나치는 보편적인 것들이다. 그래서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 감정을 느끼진 못하면서도 사랑받고, 사랑하고, 사랑을 주는 이 소년의 담담한 따뜻함이 남는다.

"네가 특별해서 그러나 보다. 사람들은 원래 남과 다른 걸 배기지 못하거든. 에이그, 우리 예쁜 괴물." 할멈이 나를 으스러져라 안는 통에 갈비뼈가 아렸다. 전부터 할멈은 나를 종종 괴물이라고 불렀다. 그 단어는 적어도 할멈에게만은 나쁜 뜻이 아니었다.

뮤지컬 '아몬드' (c) 라이브(주)
뮤지컬 '아몬드' (c) 라이브(주)
◇'아몬드'의 OSMU(One-Source Multi-Use)

2017년에 나온 이 소설은 청소년 권장 도서로 꼽히면서도, 누적 판매량 90만 부를 넘길 만큼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했다. 해외 20개국에도 출간, 일본에서는 2020년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에 선정됐다.

검증된 시나리오와 화제성을 모두 갖춘 이 소설에 공연계가 반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서울시극단이 '창작플랫폼-연출가' 프로그램을 통해 연극 '아몬드'(연출 민새롬·작가 오세혁)를 무대에 올렸다. 성공을 증명하듯, 연극은 2021년 고양문화재단 '2021 새라새 ON 시리즈'에서 재연되었고, 오는 5월, 동일한 공연장에서 한 번 더 공연을 앞두고 있다.(5.6~28 고양아람누리 새라새 극장)

뮤지컬 '아몬드'도 2019년부터 동명의 소설을 두고 개발이 시작됐다. 제작사 라이브 주관으로 공모한 창작 뮤지컬 프로그램 '글로컬'에 선정되어 2020년에 글로컬 쇼케이스 진행, 2021년에는 창작산실 시범 공연으로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글로컬'은 세계에서 인정받는 'K-뮤지컬' 개발을 목표로 탄탄한 창작 뮤지컬 창작진을 구성했다. 강병원 프로듀서를 필두로, 연출가 김태형·작곡가 이성준이 함께한다. 문학에서 무대로, 이제 무대 위에서 음을 얹을 차례를 맞이한 '아몬드'. 작곡가 이성준과 인터뷰를 통해, 창작 뮤지컬로 탄생할 '아몬드'를 미리 만나보았다.

◇'괴물 3부작'의 종착지

-원작 텍스트가 음악 작업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영향보다는 '위험성'이 있다. 해석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있어 조심스럽고, 또 한편으로는 스릴감도 있다. 내 시선대로 음표를 가지고 표현하는 재미다. 원작이 있기에, 내가 존재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원작의 유무 여부보다는, 내 위치에서 그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전부다."

-소설을 읽고, 작곡가로서 느낀 감상은 무엇이었나.

"분명 소설인데, 희곡처럼 생생한 글자로 느껴지더라. 그래서 음악도 마치 말하는 것처럼 썼다. 그 결과 전체적으로 모던하고, 템포도 생각보다 빨라졌다. 그리고 나는 소설 속 인물들이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세상이 편협하게 그들을 쳐다봤을 뿐이다."

뮤지컬 '아몬드' (c) 라이브(주)
뮤지컬 '아몬드' (c) 라이브(주)


-주인공 '윤재'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이다. 음악이 이러한 주인공의 상태를 어떻게 표현했을지 궁금한데.

"나는 이 작품이 전작 '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에서 이어지는 괴물 3부작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작품들이 꼬리를 물고 연계되었다. '프랑켄슈타인'에서는 인간의 교만함을 보여주었고, '메리 셸리'는 '왜 괴물을 탄생시킬 수밖에 없었는가'라는 질문을 갖게 했다. 첫 노래부터 '괴물'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게 된 '아몬드'는 급박한 세상에서 우리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배척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나에겐 아주 흥미롭게 이어지는 관점이었고, 음악에도 반영했다. 감정을 표현할 때 '프랑켄슈타인'의 음정과 리듬을 차용했고, '메리 셸리'의 선율을 모티브 화해서 표현하기도 했다. 어떤 작품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괴물 4부작까지도 꿈꿔보고 있다.(웃음)"

-작품 수가 쌓인 만큼 많은 창작 뮤지컬을 작업해왔다는 의미기도 하다. '작곡가 이성준'만의 음악 스타일이란 게 있을까.

"내가 직접 답하긴 어려운 것 같다. 낯설기도 하고. 세상에는 많은 '천재'가 있고, 나는 그 범주에 속하지는 않는다. 단지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만든 현재를 분석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 보고 듣는 것을 표현하는 사람이다. 사물의 소리나 그림, 좋아하는 음악들이 스며들면 내 나름의 음악이자 스타일로 나타나는 것 같다."

-이번 작품에 참여하기로 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늘 그렇듯, 함께 하는 사람들이다. 라이브 프로덕션과는 뮤지컬 '광주'로 호흡을 맞췄던 좋은 기억이 있다. 김태형 연출가를 비롯해 작가, 배우들은 처음이지만 늘 함께 해보고 싶은 창작진이었다."

-창작 뮤지컬은 처음 만들어지는 것인 만큼, 그 작업 과정이 꽤 험난할 것 같다. 소통을 위해 꼭 지키는 노하우 같은 것이 있나.

"분명 어렵고 불편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걸 깨는 게 창작 뮤지컬의 매력이자 즐거움이지 않을까. 뮤지컬이야말로 많은 사람의 머리가 모여서 만드는 원초적이고 아날로그적인 작업이다. 다른 창작진이 제시하는 세상 속에서 내가 더 다양해지고, 덜 편협한 사람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노하우라면, 내 이야기를 하기보단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들을 수 있다는 건 재밌고, 감사한 일이다."

-원작 소설이 다양한 국가에서 번역되며 흥행을 했다. 전작 '프랑켄슈타인'도 일본에 진출한 바 있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는 지점이 있을지.

"내가 염두에 둔다고 해외 진출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나는 1년에 약 50편 정도의 뮤지컬 작품을 보는 편인데, 우리나라 뮤지컬 수준이 감히 세계적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분명 우리나라 관객이 사랑하는 작품은, 많은 나라에서 공감받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내게는 '프랑켄슈타인' '잭더리퍼' 등의 작품이 증명해주었다. 언제나 한국 창작 뮤지컬의 해외 진출을 응원하고 있다."

월간객석 허서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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