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매장서 부품·공구 판매 자가 수리 비 센터와 차이 없어 손상 땐 오히려 더 지출할수도 소비자들 "필요성 별로 못느껴" 애플이 '아이폰' 액정 교체 등을 소비자가 스스로 자가 수리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다.
그러나 자가 수리 비용이 전문 서비스센터에 맡기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고, 수리 도중 문제가 생긴 제품에 대해서는 기술적 지원도 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플은 이날 아이폰 제품에 따른 수리 설명서를 볼 수 있고, 최신 기기의 교체 부품과 공구를 주문할 수 있는 온라인 매장을 개설했다. 해당 매장에서는 '아이폰12'와 '아이폰13', 최근 출시된 '아이폰SE3' 등을 수리할 수 있는 화면, 배터리, 카메라 등 200개 이상의 부품과 공구를 판매한다. 연말부터는 애플의 실리콘칩이 탑재된 '맥'을 수리할 수 있는 부품과 도구도 비축할 예정이다.
고장난 장치의 일련 번호를 입력하면, 사이트를 통해 수리 설명서와 필요한 부품 정보 등을 볼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만 이용 가능하지만, 연말부터 는 유럽을 시작으로 다른 나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애플이 고객이 직접 자가 수리할 수 있는 온라인 매장을 연 것은 '수리할 권리'를 강화하는 세계적 추세와 맞닿아 있다. 자가수리를 강화하면 소비자는 제품을 직접 수리해 비용을 아끼고 폐기물 발행도 줄여 환경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7월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일부 가전 업체들이 수리와 관련해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하는 행위를 개선하라고 지시한 바 있고, 연방의회에도 이와 관련한 법안이 제출됐다.
그러나 애플의 자가 수리 프로그램이 실제 고객의 비용 및 시간을 절약시켜 줄지는 미지수다. 예를 들어 '아이폰12 미니'의 깨진 화면을 직접 교체하려고 부품을 사면 225.96 달러(약 28만7000원)를 지불해야 한다. 애플스토어 등에서 제공하는 화면 교체 비용이 229달러(약 29만1000원)인 것과 비교하면, 불과 3달러(약 3800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여기에 제품 수리를 위한 장비도 별도 구매해야 한다. 작은 아이폰 나사의 19센트(약 240원)부터 시작하며, 수리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빌리는 비용은 1주일에 49달러(약 6만2000원)에 달한다. 아이폰의 '페이스ID'와 같은 복잡한 수리의 경우에는 공인 수리 센터에 가져가야 한다.
또한 애플은 자가 수리에 대한 기술지원도 제공하지 않는다는 방침도 밝혀, 만에 하나 자가 수리 과정에서 제품 손상 시 소비자들이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할 수도 있다. 제품을 해체한 다음 질문이 있을 경우 도움을 요청할 상담원도 없고, 장치를 손상시키면 제품 보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불편이 있다. 이때문에 애플도 일반 소비자가 아닌 전자기기 수리 경험이 있는 기술자가 주로 자가 수리 프로그램을 이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애플 뿐만 아니라 구글, 삼성전자 또한 잇따라 미국에서 자가수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뉴스룸을 통해 올 하반기부터 미국에서 소비자가 직접 구매한 부품으로 제품을 수리할 수 있는 자가 수리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구글 또한 픽셀 스마트폰용 수리 도구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국내에서 스마트폰 자가수리가 확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애플은 서비스센터 접근성이 비교적 미비한 편이지만, 삼성전자의 경우 국내에 서비스센터가 잘 갖춰져 있어, 자가 수리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상당수이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이미 전국에 서비스센터가 잘 돼 있어 굳이 스스로 자가 수리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전자기기 수리 경험이 없는 소비자가 자가 수리를 하다 자칫 제품에 문제가 생길 경우, 제조사에도 불똥이 튈 수 있기 때문에 도입시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