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켜진 서울중앙지검과 서울고검(사진=연합뉴스)
불켜진 서울중앙지검과 서울고검(사진=연합뉴스)
"이 법안은 정치인만을 위한 법안일 뿐만 아니라, 향후 부정선거 사건 수사를 할 수 없게 만든 법안이다. 이제 정치인들이 발 뻗고 잘 수 있게 됐다"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 통과를 앞둔 상황이 되자 검사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여야 합의 소식이 전해진 전날 한 부장검사는 취재진에 보낸 글을 통해 "이 법안은 정치인만을 위한 법안일 뿐만 아니라, 향후 부정선거 사건 수사를 할 수 없게 만든 법안"이라며 "이제 정치인들이 발 뻗고 잘 수 있게 됐다"고 한탄했다.

이 부장검사는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 없이 선거사범에 대한 공소시효를 가장 짧은 6개월로 규정하고 있다"며 "만약 경찰이 5개월여 수사를 하다가 미진한 상태에서 검찰로 송치할 경우, 뻔한 사건도 시간 관계상 증거수집을 못 하고 속절없이 무혐의 결정할 수밖에 없다"며 그 논거를 제시했다.

국민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내놓고 있다.

진재선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전날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중재안은 기존 검수완박의 시행만 유예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장 중재안은 검찰이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사건의 보완수사 권한을 인정하되 단일성과 동일성을 벗어나는 수사, 이른바 '별건수사'는 금지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 차장검사는 "인터넷 물품 판매 사기 사건의 계좌 내역상 동종 피해자를 확인해도, 불법촬영 사건의 압수된 휴대폰에서 다른 피해자를 확인해도 관련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우려했다.

정용환 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1부장은 이번 중재안의 비합리성을 짚으며 부당성을 강조했다. 정 부장은 "직접수사에서 수사검사와 기소검사 분리가 실효성이 있겠느냐"며 "수사검사의 유죄 확증 편향이 걱정된다면 수사 착수와 기소시 적정한 내·외부 통제장치를 법률화하는 방법으로 접근하는 게 더 합리적이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현행 법으로 개정할 당시 6대 중대범죄를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한 취지는 무엇이었느냐"며 "당시 6대 범죄였던 것이 2년도 안 되어 2대 범죄로 줄어야 할 합리적인 시대적 차이가 있느냐"며 중재안 내용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 측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2020년 개정으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제도에서조차 서민보호와 부정부패 대응에 많은 부작용과 허점이 드러났다"며 "그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사회적 합의 없이 급하게 추가 입법이 되면 문제점들이 심하게 악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성준기자 illust76@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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