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한민국 정권은 교체됐지만, 교육정권은 여전하다. 교육감 직선제와 맞물려 교육의 정치화 현상이 심각하고, 학생 의식화가 우선인 집단이 교육과정을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다. 교육정책이나 제도를 수요자인 학생, 학부모, 국민 입장이 아닌 공급자인 교사집단 입장에서 수립하고 집행하고 있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

그동안 교양교육 이념 자체가 자본주의 체제의 재생산에 관련하고 있는 측면에 대한 좌파세력의 조직적 반발의 결과, 좌파적인 이념교육이 공공연히 행해져 왔다. 어느새 교묘하게, 혹은 당당하게 스며든 정치적, 경제적 유용성의 논리 또한 인간성교육과 교양교육을 무력화시켰다. 초중등 교육과정을 휩쓸고 있는 의식화 교육과 페미니즘 교육 앞에서 학생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대신에, 눈치를 보고 남들이 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 오히려 교육에서 요구되는 태도인 것처럼 분위기가 조성되어 버렸다.

대학캠퍼스 또한 스스로 아노미 상태로 빠져들었다. 지성의 전당에는 진실과 상식이 가장 기본적 가치인데도 대통령선거 결과가 나와야 부정입학 결과도 대학당국이 발표하는 상황이다. 대학생들은 물론이고 교수들도 직간접적인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 교육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받고 있다. PC에 반하는 목소리를 내게 되면 추후 자신의 커리어에 암암리에 불리한 영향이 가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글로벌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은 고등교육의 패러다임을 정립하기는커녕, 대학마저 수험경쟁으로 전락했다. 대학마다 최고의 교육학 강사들을 불러다가 임용고시 준비하는 대학생들에게 '과외'를 시킨다. 로스쿨 학생들은 변호사시험 과외를 받는다. 한국교육에서의 유일한 '표준'이 각종 수험에서 출제되는 시험문제가 되고 있는 셈이다. 교육철학과 교육과정의 위기 속에 미래세대가 허덕이고 있다.

우선 정치가 교육 근처에 얼씬하지 못하게 쫓아내야 한다. 초중등학교에서 '무얼 가르쳐야 하는가'가 아니라 '무얼 주입식으로 가르쳐서는 안 되는가'에 대한 원칙부터 수립해야 한다. 1970년대 독일의 교육개혁은 신(新)독일인의 성숙한 정치의식을 창출한 테오도어 아도르노(T. Adorno·1903~1969)의 교육담론에서 비롯되었다.

아도르노가 '성숙을 위한 교육'에서 주창한 교육적 가치의 핵심은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며, 교사, 부모 및 타인들의 권위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킬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2020년대 한국사회에서 필요한 교육목표다. 교과과정의 상당한 비중을 인문학적 소양교육으로 이행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좌파교육을 우파교육으로 치환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저항하고 이성적으로 비판하는 '강한 자아'를 키우는 교육에 궁극적 목표를 두어야 한다.

아도르노가 강조했듯이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의견을 학생들이 끊임없이 연설(speech)과 글쓰기(essay)로 표현하도록 해야 하고, 이것이 주로 평가에 반영돼야 한다. 교사의 자질과 역할도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 교육자라면 자신의 편견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고 도그마 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기본자세를 스스로 함양해야 한다는 직업정신을 고취해야 한다. 제도화로서의 열린 교육과 문화로서의 열린 교육이 동시에 조성돼야 한다.

인간이 처한 모든 지적 속박을 비판하고 벗어날 수 있는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능력, 자기를 알고 세계를 아는 능력과 방법, 세계 속의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지혜가 대한민국 미래교육의 결과물로 정립돼야 한다. 그래서 다가올 6월 1일 교육감 선거는 대선보다 중요하다. 보수진영의 교육감 후보 난립에 우려가 쏠려 있는데, 보수진영 교육감후보가 단일화 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특정 이념집단의 대표가 교육감으로 당선되는 시대부터 종식시키려면, 이런 후보를 거부하는 범국민적 운동이 전개돼야 한다. 청와대 교체와는 또 다른 차원의 교체가 대한민국 100년의 운명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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