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원장 김영운 최근 젊은 국악인 오디션 프로그램 대중적 관심 전통 고수하는 국립국악원에 변화 요구하지만 국가음악기관의 임무는 '올곧게 보존'하는 것 관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축제 꾸며보고파 국악연구실장 서인화 국립국악원에서 중추적 역할하는 '국악연구실' 악기 개량·유물 관리 외에도 정책·통계조사 활발 전통 이으려면 나아갈 방향 제시할 연구 필수적 왜곡할 우려 있지만 인공지능 활용안도 검토중
월간객석과 함께하는 문화마당
국립국악원 원장 김영운 & 국악연구실장 서인화
최근 '국악 붐'이 일었다. 대중가요 속, 대중매체 속 새로운 국악의 모습은 매력적이다. 이와 더불어 국립국악원도 분주해졌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반경이 넓어지는 국악의 정통과 중심 잡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곧 국악을 '바로 알리는 길'이다.
잊힌 음악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마련이다. '국악의 전승'을 사명으로 하는 국립국악원의 71년사(史)는 그래서 '국악 알리기'의 역사로도 대변된다. 부단한 움직임은 출발점부터 이어진다.
1951년 4월 피난수도 부산에서 문을 연 국립국악원은 몇 해 지나지 않아 교육기관을 설립한다. 국악사양성소(현 국립국악고등학교)에서 국악을 가르치고 미래의 국악 전문가를 길러냈다. 국악 자료와 정책 연구를 통해 국악을 '제대로' 알리는 국악연구실은 1987년 만들었다. 더불어 국악을 '널리' 알리고자 2001년 국악FM방송국(현 국악방송)을 개국하는 데도 일조했다. 이렇듯 국립국악원은 단지 전통예술 공연장만은 아니다. 국악을 알리기 위한 '총체적인 노력의 집합소'다.
한동안은 국악을 얼마나 널리 알리느냐가 중요했다. 국악의 '대중화' '세계화' '현대화'라는 시대적 구호에는 이러한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전통의 원형을 고집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대전제가 숨어있다. 외면받던 국악이 다양한 모습으로 변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최근 몇 년 새 TV엔 국악인들이 나와 여러 장르와 접목한 무대를 펼치고, 밴드 이날치가 부른 '범 내려온다'의 유행으로 일반 대중도 판소리 한 대목을 가요처럼 흥얼거린다. 'K-콘텐츠'의 전 세계적 인기에 힘입어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해외의 관심도 날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
이제 관건은 국악을 어떻게 제대로 알리느냐다. 국악 본연의 모습으로 외연 넓히기는 우리 음악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국립국악원이 안은 과제다. '튼실하게 뿌리를 보존'하면서도 '국악 알리기'의 새 판을 짜고 있는 국립국악원장 김영운과 국악연구실장 서인화를 만나 다음 전략을 물었다.
김영운은 서울대와 한양대에서 국악이론을 전공하고 성균관대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KBS FM 프로듀서, 강릉대 음악과 교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정보센터소장·대학원장, 한양대 국악과 교수, 국악방송 사장을 역임했다. 2021년부터 국립국악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국악 바로 알리기, 국악 널리 알리기
-국악 이론가이면서 대중매체에도 밝다. KBS FM 프로듀서와 국악방송 사장을 지냈다. 2021년 국립국악원장으로 임명됐을 때 대중 친화적인 행보를 예상한 이유다. 그런데 '다시 전통'을 강조하고 있다.
△김영운 "최근 젊은 국악인이 참여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대중적인 관심을 받지 않았나. 그들의 뛰어난 음악성과 기량에 나 역시 감탄했다. 국악이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국립국악원은 왜 이렇게 못하냐며 아쉬움을 표하는 분도 더러 계신다. 그러나 신라 시대의 '음성서'부터 조선의 '장악원'까지 역대 국가 음악 기관의 전통을 이어받은 국립국악원의 사명은 전통문화를 올곧게 보존하고 전승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일차적인 임무다."
-전통을 원형 그대로 전승하는 걸 목표로 삼는다는 뜻인가.
△김영운 "그보다는 모든 국민에게 우리 전통음악의 아름다움을 널리 확산하는 게 목표다. 그러려면 우선은 전통음악을 올바로 전승하되, 누구나 국악을 쉽게 이해하도록 교육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고,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현대의 대중이 즐길 수 있는 음악도 만들어야 한다. 국립국악원의 일원이 돼보니, 내부에서 생각보다 더 다양한 일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서인화는 성균관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한국민속예술사 석사를, 동대학원에서 예술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년 국립국악원에 학예연구사로 입사 후 2007년 학예연구관으로 승진, 국립부산국악원장을 역임했다. 2020년부터 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다양한 일 중 하나가 국악 연구일 것이다. 공연장을 찾는 관객에겐 낯선 이름이지만, 국악연구실은 국립국악원 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서인화 "국립국악원에 연구기관을 둔 이유는 분명하다. 전통의 보존과 전승에 연구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국악연구실에서는 국악기 연구와 개량, 국악 유물의 관리와 연구 외에도 국악의 전승을 위한 정책 연구가 활발히 이뤄진다. 1987년 직제가 생긴 후 1991년부터 '국악연감'을 발행하고 있고 '국악산업통계조사'도 201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자료들은 앞으로 국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파악하는 데 기초가 된다."
-1996년 국립국악원에 학예연구사로 입사했다. 그간의 연구 성과를 하나 꼽자면.
△서인화 "국악 교육을 확대한 것이다. 국악연구실은 교육용 국악 표준용어와 표준악보를 제작하고 배포하는 사업을 지속해왔다. 1963년 제2차 교육과정 당시 음악 교과서에 수록된 국악 곡의 비중은 7%에 불과했다. 그랬던 것이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46%까지 올라간다. 올해도 교과 과정 개편을 앞두고 있는데 국악연구실이 수집하고 선정한 국악 곡을 교과서 집필자들이 바로 활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국립국악원이 국악 교육이란 막중한 책임도 진 셈이다.
△김영운 "음악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음악을 만들고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면 그 음악은 단절되고 소멸하고 만다. 지금은 국립국악고등학교가 됐지만 국립국악원 부설기관으로 국악사양성소가 있었다. 1950년대부터 미래에 우리 음악을 이어나갈 인재를 양성한 중·고등 과정의 교육기관이다. 그 학생들이 지금도 우리 사회 여러 분야에서 국악 연주자로, 국악 이론가로, 국악 행정가로 활동하고 있다. 나도 국악사양성소에서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국립국악원은 내 마음의 고향이기도 하다."
◇본연의 국악으로 외연 넓히기
-요즘은 국악인이 가요 무대에, 콘서트장에 오르는 게 더는 어색하지 않다. 달라진 국악의 위치를 실감하는가.
△서인화 "1980년대만 해도 "국악은 수출 용품이다"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음악이지만 자국민에게 외면받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었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대중이 국악을 새롭게 주목하기 시작한 건데, 국립국악원엔 기회인 동시에 위기가 아닐까? 대중매체를 통해 급변하는 국악 공연을 접한 관객에겐 전통을 고수하는 국립국악원의 자세가 보수적으로 보일 수 있다.
△김영운 "국립국악원은 국악계의 젊은 예술가들이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무대 기회를 제공하고 작품 활동을 지원한다. 그런 한편 국립국악원 산하의 정악단·민속악단·창작악단·무용단을 통해서는 전통에 더욱 충실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여러 트랙을 다양하게 활용하려 한다."
-국립국악원이 올해 대표공연으로 내건 '임임진연'(8.12~14)도 전통에 집중한 작품이다. 기록 속 궁중 잔치를 120년 만에 불러낸다고.
△김영운 "1902년 임인년 음력 11월에 지금의 덕수궁에서 고종이 주빈이 되는 잔치가 열렸다. 궁중 잔치라고 하면 당대 가장 고급스럽고 세련된 음악과 무용이 모이지 않았겠나. 최고로 정제된 예술로 꾸려졌을 그 모습을 오늘날의 관객도 즐겨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당시를 사실에 가깝게 고증할 수 있는 기록 자료도 풍부하다. 잔치 준비부터 어떤 음악과 춤이 누구에 의해 연주됐는지, 잔치가 끝난 후 결산까지 모든 과정이 빠짐없이 '진연의궤'에 남아 있다. '고종임인진연도 8폭병풍'에는 진연의 모습이 채색화로 상세하게 그려져 있다."
-최근 독일에서도 '연구'와 '연주'가 협력한 흥미로운 사례가 있었다. 베토벤이 남긴 미완성 악보를 바탕으로 연구자·작곡가·역사학자들이 모여 인공지능으로 완성한 교향곡 10번을 선보인 것이다. 연구와 연주의 기반을 갖춘 국립국악원에도 이러한 시너지를 기대해볼 수 있을까?
△서인화 "예술과 과학기술은 본래 한 몸이다. 악기만 해도 하나의 기계이고 물체니까. 국립국악원은 2006년 악기연구소를 만들어서 음향에 관한 과학적 연구를 본격적으로 해오고 있다. 인공지능의 활용은 국악을 왜곡할 우려가 있어 조심스럽지만 다양한 활용안을 검토해보고 있는 단계다. 동작별 그림으로 전승되는 무용기록자료인 무보(舞譜)에 인공지능이 더해지면 동작들이 어떻게 새롭게 연결될지, 그래서 지금 춤과는 얼마나 달라질지 재밌는 상상을 해볼 수 있겠다."
-기획 아이디어가 다양하다고 들었다. 아직 대면 공연에 제약이 많은 시기지만, 코로나가 끝나면 해보고 싶은 기획이 있는가?
△김영운 "관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축제를 꾸며보고 싶다. 핼러윈 날 국립국악원 앞마당에 아이들을 불러 모아 탈을 쓰고 처용무를 추는 거다. '조선판스타' 같은 TV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마음껏 기량을 뽐냈던 젊은 국악인들이 이번에는 자신들의 주특기인 국악으로 축제를 벌여도 좋겠다. 공연 제목으로는 '돌아온 판스타'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