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력으로 채무 상환이 어려운 연체 채무자가 채권금융회사에 채무조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소비자신용법 제정이 무산됐다. 21일 정부관보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소비자신용법 제정안 입법예고를 취소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법제처 심사 과정에서 (일부 문구가) 조정되고 있는 중"이라며 "내용이 워낙 많아 입법예고 시점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법제처 심사가 길어지면 언제 다시 입법예고될지 시기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위는 지난 2020년 9월 처음 소비자신용법 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법은 대부계약을 규율하는 대부업법을 전부 개정하고 추심·채무조정 관련 신용정보법의 내용을 추가해 새롭게 만들어졌다. 개인 채권의 생성부터 소멸까지 전반을 규율하는데, 여기서 개인 채권이란 원칙적으로 채권금융기관(일반은행, 대부업자, 추심자 등 모두 포함)이 사업 과정에서 개인채무자에 대해 보유하는 모든 채권을 말한다.
소비자신용법의 핵심은 개인 채무자의 채권 금융기관에 대한 채무조정 요청 근거를 마련하고 개인 채무자의 채무 조정 협상력을 보완하기 위해 채무조정교섭업을 도입하는 거다. 또 개인 채무자에 대한 추심 연락을 일주일에 7회 이내로 제한하고 개인 채무자가 특정 시간대나 수단·방법을 통해 추심하지 않도록 채권 추심자에 요구하는 내용도 있다.
대부업계는 이에 대해 일부 대출자가 법을 악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다만 금융위는 "그동안 금융기관과 개인 채무자 간의 소비자신용 거래를 규율하는 별도의 입법이 없어 채권 금융기관에 비해 열위에 있는 개인 채무자의 권익을 체계적으로 보호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며 제정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소비자신용법은 지난 2020년 9월 입법예고, 12월 온라인 공청회 등을 거쳐 지난해 6월 법안이 법제처로 넘어간 바 있다. 하지만 법제처 심사가 길어졌고, 금융위는 일부 자구를 수정해 재심사에 나섰지만 최근 다시 문구 수정을 이유로 심사에 들어간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 관계자는 "문구들이 최종 조율되면서 다시 심사를 받고 있어 그 뒤에 다시 입법예고를 해야 하면 하고, 안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