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기업의 인건비가 큰 폭으로 늘어난 반면 고용규모는 정체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 글로벌 수준과 비교해도 상당한 고임금인 상황에서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요구가 거세지고 있어 기업들의 부담은 한층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국내 12개 주요 업종별 매출 상위 10위에 포함되는 120개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이들 기업이 인건비로 지출한 비용은 총 74조7720억원이었다고 21일 밝혔다. 이는 전년보다 12.8%(8조4847억원) 증가한 숫자다.

반면 고용은 정체상태다. 이들 기업의 작년 말 기준 임직원 수는 77만6628명으로 단 0.2%(약 1300명)만 늘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의 인건비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작년 삼성전자의 임직원 급여 총액은 15조8450억원으로 전년(13조1676억원)보다 2조6773억원이나 증가했다. SK하이닉스와 현대자동차 역시 각각 1년 새 7024억원, 5893억원 가량 인건비가 더 늘었다. 이들 기업을 포함해 조사 대상 120개 기업의 임직원 평균연봉은 2019년 8253만원, 2020년 8549만원, 지난해 9628만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기업들의 가파른 임금 상승세가 일자리 창출의 발목을 잡고, 대·중소기업 근로자들 간의 임금 격차를 벌리는 등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같은 임금 상승이 국가 제조업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임금 수준은 일본이나 유럽 등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상황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한·일·유럽연합(EU) 업종별 임금수준 국제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평균 임금 수준은 한국이 118.5%로 일본(107.0%)과 EU(91.7%)보다 높다. 각 국의 경제수준을 반영한 임금 수준이 그만큼 한국이 높다는 의미다.

업종 간 임금 격차 역시 우리나라가 EU·일본보다 컸다. 국가별 임금수준 1위 업종의 임금을 '100'으로 가정했을 때, 숙박·음식점업(비교국 모두 임금이 가장 낮은 업종)의 임금수준은 우리나라가 36.7로 격차가 가장 컸고, EU 41.4, 일본 55.5 순이었다.

이에 대해 경제계는 근로시간 유연화와 고용 형태 다양화 등 노동 규제 혁신으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과도한 대기업 초임을 안정화하고, 임금 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해 대·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좁힐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주요 경제단체들은 이 같은 내용을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건의했다. 재계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민간 주도의 경제성장을 제시하고 있는 만큼 대기업 강성노조와의 힘의 균형을 회복할 정책을 마련할 지 주목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의 인사·노무 실무자를 대상으로 새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과 기업 경영에 대해 조사한 결과, 긍정적 응답률(34.9%)이 부정적(9.3%)보다 3.8배 높아 새 정부의 노동 공약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1년 새 인건비가 8조원 이상 늘어났지만, 실제 일자리는 1400개도 늘지 않았다"며 "대기업 인건비가 증가하면 더 많은 고용으로 이어진다는 공식이 점점 무색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에 따른 인재 쏠림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대비책이 필요하다"며 "기업도 수평적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등 근무환경을 개선해 인재를 붙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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