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증인
윤재윤 지음 / 나무생각 펴냄
법이 모두의 눈물을 닦아주기는 어렵다. 하지만 법이 눈물의 현장에 있는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판사로 31년, 변호사로 11년 등 42년 동안 법조계에 몸 담고 있는 저자 역시 수많은 재판을 경험하면서 그렇게 느꼈다. 법이 '의'(義)보다는 '정의'(正義)에 치중되어 있음을 깨닫고 회의감과 좌절감을 느낄 때가 많았다고 한다. 여기서 '의'는 친절, 박애, 관용 등 인격의 질을 의미한다. '정의'는 곧고 정확하며 합리적인 올바름을 뜻한다. 즉, 법은 겉모습에만 관여할 수 있을 뿐 사건 속의 눈물은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법의 한계를 겸허히 인정하며, 법과 물리적 증거만으로는 알아내기 힘든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깊이있게 들여다보려고 노력해왔음을 고백한다.
책은 법조인으로 일하면서 법정 안팎에서 느낀 소회를 담은 에세이다. 인간 존재와 삶에 대한 솔직하고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A는 무죄로 풀려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것이다. 그 순간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법정에서 더듬거리며 말하던 그의 야윈 얼굴이 떠올랐다. 인간 내부에 있는 끝 모를 심연의 어둠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재판 과정에서 그토록 무죄를 주장하던 그의 간절함과 절절한 노력이 허망하게 느껴졌다."(본문 중에서)
민사재판, 형사재판 등 수많은 재판을 하면서 그 눈물의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귀중한 스승이었다. 그들은 저자에게 법조인으로서의 삶의 방향과 인간의 본질을 깨우쳐 주었다. 책은 가볍게 읽을 수 있으나 책에 담겨있는 생각은 결코 가볍지 않다. 재판에 관한 책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인간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알고 싶어하는 독자들에게 잘 어울리는 책이다.
저자는 춘천지방법원장을 마치고 퇴임한 후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판사 시절 비행 청소년을 돕는 '소년 자원보호자 제도'와 피고인에 대한 양형진술서 제도를 만들었다. 이 제도들은 현재 전국의 법원에서 시행중이다. 이를 보면 '차가운 법의 판결'의 한계를 넘어 '눈물 흘리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저자의 노력을 읽을 수 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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