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돈바스에 집중하는 이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수도 키이우(키예프) 점령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인 돈바스에 화력을 집중시키는 이유가 무엇일까.
미국 CNN방송은 19일(현지시간) 돈바스가 역사적·상징적 의미와 함께 정치적·전략적 가치가 중대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돈바스는 18세기 후반부터 '새 러시아'라는 뜻의 '노보로시야'라는 이름으로 러시아 제국의 지배를 받았다. 1783년 러시아 제국 지도자 예카테리나 2세는 크림 칸국을 멸망시키고 현 미콜라이이주, 오데사주, 헤르손주, 크림반도 등과 함께 돈바스를 묶어 노보로시야 자치령을 세웠는데, 그런 만큼 돈바스는 서쪽으로 팽창하던 러시아 제국의 역사적 상징이기도 하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우크라이나 연구자 로리 핀닌 교수는 "돈바스 내 루한스크나 도네츠크가 같은 곳은 러시아가 과거 특정 시기의 자국 모습을 투영할 수 있는 역사적 장소"라고 설명했다.노보로시야 지역은 이후 흑해를 끼고 외부 세계와 관문 역할을 하며 전략적 요충지가 됐고, 1920년대에는 일부 포스터가 돈바스를 '러시아의 심장'으로 그려냈을 정도로 당시 소련 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옛 소련이나 러시아 제국의 영광을 회복하길 원한다고 진단했는데, 이런 역사적 상징성을 지닌 돈바스 지역의 점령이 그 첫발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미 하버드 대학 우크라이나 연구소 소속 연구원인 마르키안 도브찬스키는 "돈바스는 상징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소련 전역에 원료를 공급해왔던 지역이다"라고 말했다.
친러시아 세력과 정부군이 지난 8년간 돈바스를 두고 내전을 벌여왔던 곳이라 현실적으로 점령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로 꼽힌다.
미 정보당국은 푸틴 대통령이 자국의 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인 5월 9일에 맞춰 이번 전쟁의 승리를 선언하고 자축하려 한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0일가량 남은 승전기념일까지 국내외에 '승리'를 입증할 만한 일정 성과를 거둬야 하는 상황이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사미르 푸리 선임 연구원은 "푸틴 대통령의 의도가 (돈바스를 점령해) 우크라이나를 양분하려는 것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곧 국내적으로 승리를 선언하고 이번 침공이 실패했다고 하는 비판 세력을 누르는 데 충분한 성과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키이우가 자국군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마당에 돈바스 점령은 좋은 위로가 될 만한 상"이라고 덧붙였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우주의 날'을 맞아 극동 아무르주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제3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