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빠르게 재편되며
유럽중심 '메가 M&A' 비중 확대
韓 그린필드 FDI 32.6%나 감소
글로벌 투자 촉진 규제개선 시급

미·중 갈등 이후 글로벌 공급망이 빠르게 재편되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가 확대되고, 50억 달러(약 6조2000억원) 이상의 '메가 인수합병(M&A)'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은 외국인의 투자가 감소하고 대형 M&A도 거의 이뤄지지 않아, 글로벌 투자 촉진을 위한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7일 발표한 '최근 글로벌 외국인직접투자(FDI)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3월 미·중 무역전쟁 시점을 기준으로 전후 3년간 그린필드 FDI의 세계 평균 증가율은 5.6%로 조사됐다.

그린필드 FDI는 투자할 때 용지를 직접 매입해서 사업장을 짓는 방식을 말한다. 유럽연합(EU)이 47.0%로 가장 높고 중국(13.5%), 일본(12.1%), 미국(5.7%) 순이었다. 반면 한국은 32.6% 감소했고 인도(-28.7%), 아세안(-12.3%)도 하락세를 보였으며 선진국과 개도국이 대조를 보였다.

이문형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EU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을 통해 공급망 재편과 산업경쟁력 제고를 꾀하고 있다"면서 "세계 주요 기업이 상대적으로 미·중 갈등에 영향을 덜 받는 EU나 선진국에 투자선호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8년간 FDI 수익(유보이익) 재투자율의 경우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평균은 2013년 28.8%에서 2020년엔 43.7%로 높아진 반면 한국은 49.0%에서 18.2%로 감소했다. OECD의 8년간 평균 재투자율은 35.0%인 데 반해 한국은 24.7%로 10%포인트 이상 낮았다.

미·중 갈등 전후 3년 재투자율 평균을 비교해보면 OECD는 36.5%에서 40.3%로 3.8%포인트 상승했지만, 한국은 44.8%에서 32.1%로 되레 감소했다.

보고서는 주요국의 글로벌 FDI 재투자의 증가 추세 원인으로 이익잉여금을 지분투자, 장기차관 등과 함께 FDI의 형태로 인정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한국은 2020년 2월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 개정 전까지 재투자를 FDI 금액으로 인정하지 않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투자에서 '메가 M&A'에 대해서도 한국은 글로벌 주요국과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 전 세계 메가 M&A 비중은 2011년 29.9%에서 작년 39.7%로 높아졌고, 건수는 69건에서 197건으로 2.8배 불어났다. 국가별로는 미국 4.2%포인트, 중국은 28.4%포인트, 독일은 29.1%포인트 각각 높아졌다. 반면 한국은 2016년 이후 단 1건으로 사실상 전무하다시피 했다.

보고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대응을 위해 첨단산업 유치 활성화, 국제 공동 연구개발(R&D) 프로그램 강화 등 우리나라를 EU와 같은 공장 투자처로 만들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국내 재투자 촉진을 위한 과제로 경영환경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며 높은 규제, 경직된 노동환경, 국제 표준과 일치하지 않는 국내 기술규제 등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성우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은 "미·중 갈등, 코로나19 장기화로 글로벌 FDI 구조가 변화하는 가운데 첨단소재·부품의 공급망 재편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면서 "그린·디지털 뉴딜 정책을 기반으로 한 신산업을 육성하고 메가 M&A를 위해 국내에 있는 각종 해외펀딩 규제는 과감히 철폐돼야 한다"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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