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세에 美오케스트라 상주지휘자 맡아 '화제'… 25년만에 귀국 거칠더라도 시대·삶 담긴 곡으로 '대인관계 중요성' 전달 예정
김건은 미국 커티스 음악원을 졸업하고 인디애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오리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상주지휘자를 역임했으며, 내셔널 심포니, 볼티모어 심포니, 서울시향, 국립심포니 등을 객원지휘했다. 현재 창원시향의 상임지휘자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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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립교향악단 김건
-커티스 음악원(바이올린 전공)을 졸업, 프리츠 크라이슬러 수상 등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인정을 받아왔다. 이 시간이 지휘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자신이 느끼는 음악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오케스트라를 통해서도 표현을 전달할 수 없기에 지휘 역시 악기 못지않은 엄청난 훈련이 필요하다. 바이올린을 통해 얻은 끈기와 연주자로서의 호소력 등은 지금의 밑바탕이 되었다."
-'오리건 뮤직 뉴스'지와 나눈 인터뷰 중 지휘자 로린 마젤(1930~2014)과의 만남이 인생의 전환기가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고민이 많았었던 시기였다. 스스로 던진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고 있었다. 마젤과 보낸 시간은 지휘자와 예술가로서의 확신을 갖는 시간이었다. 그는 "기본부터 다시"라며 지휘봉 잡는 법을 시작으로 하나씩 짚어 주셨다. 그 가르침을 지표 삼아 자신을 찾아 나갔다."
-12세에 한국을 떠나 커티스 음악원에 입학하고, 15세에 하트위크 페스티벌에 지휘자로 무대에 올랐다. 어린 나이였는데, 무대에 대한 중압감은 없었나.
"일찍부터 예술가의 삶은 나에게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러웠다. 하트위크 페스티벌에는 바이올린 교사 겸 지휘자로 초대되었다. 아무도 내 나이를 묻거나 따지는 사람이 없었다. 당시 이미 지휘를 진지하게 생각했었기에 중압감보다는 열망하던 무대에 대한 기쁨과 설렘이 더 컸다."
-오리건 심포니의 상주지휘자(레지던트 지휘자)로 임명된 게 서른두 살 때였다. 젊은 지휘자 임용은 미국에서도 화제였고. 국내는 대부분 한 명의 상임지휘자만 임명하거나 부지휘자 제도를 운용하는 추세라 '상주지휘자'는 좀 생경한데.
"마젤과의 만남 이후 재정비를 통해 다시 시작한 곳이 오리건 심포니였다. 당시 악단 음악감독이 자주 자리를 비웠고, 그의 역할을 분담할 오케스트라의 리더를 찾고 있었다. 악단은 청중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그 부분이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미국 오케스트라는 역할분담이 잘 되어 있지만, 결정을 한 명이 내리는 체계가 아니다. 늘 대화와 토론을 통해 결정된다. '팀' 안에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고 상대의 의견을 수용하는 법과 팀워크의 중요성을 습득하는 시간이었다."
-25년 만에 귀국했다. 한국에서의 활동을 오랫동안 계획했다고.
"늘 조국에서 연주하고 싶었지만, 생각에 그쳤었다. 창원시향을 만난 건 운명이었다. 창원은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해외에 오랫동안 떠나 있다가 처음으로 방문한 도시이자, 나의 아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기 때문이다."
-창원시향은 장윤성·정치용·김대진 등 선배 지휘자들이 거쳐 간 악단이다.
"그들의 뒤를 잇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이들이 이끌었던 오케스트라와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힘과 영감이 된다. 단원들의 따뜻한 지지 덕분에 돈독해진 신뢰를 바탕으로 음악을 만들어가고 있다. '음악'이라는 하나 된 목표 아래 어떤 어려움도 같이 잘 풀어나갈 준비가 됐다."
-교향악축제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린 시절 교향악축제는 어떤 의미였는가.
"교향악축제가 열리는 예술의전당은 꿈을 갖게 해준 공간이다. 이곳에서의 추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공연을 보러 올 때면 늘 앉았던 자리가 있는데, 이번 연주 때 어린 시절 앉았던 자리를 눈여겨볼 것 같다."
-이번 무대에서 바그너와 차이콥스키의 곡을 선택했다. 작품 선정에 '비극'이라는 공통적인 주제가 보인다.
"공연을 준비하며 '전쟁과 질병이 삶의 균형을 깨트리는 이 순간 희망을 노래하는 작품도 좋지만, 비극과 절망을 음악을 통해 함께 직면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칠더라도 시대와 삶을 반영하는 곡들로, 직설적인 음악의 언어로, 관객들에게 다가가는 것을 선호하기에 두 작곡가의 작품을 선정했다. 특이한 점은 두 작곡가가 연인의 비극을 주제로 작품을 썼다는 것이다. 다만 바그너는 인류에게, 차이콥스키는 개인에게 그 메시지를 전달한다.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것을 음악으로 이야기하고 싶다."
-앞으로 찾고자 하는 악단의 정체성은.
"레퍼토리는 오케스트라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 결정적이다. 올해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이려 한다.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정통성'보단 '유연성'이 최고의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창원시향을 대중성과 예술성 모두 갖춘 유연한 악단으로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