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에서 운영한 '현대음악 앙상블' 국내서도 창단 지휘자 예술적 취향보다는 시민 원하는 명곡들 주로 연주
정헌은 오스트리아 그라츠 음대에서 관현악 지휘 전공으로 학사·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유학 중 남서독일 필하모닉 콘스탄츠, 헝가리 사바리아 심포니 등을 지휘한 바 있으며, 귀국 후 서울시향을 5회에 걸쳐 객원지휘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창작음악에 대한 애정으로 대한민국 실내악제전, 창악회, 범음악제 등과 긴밀히 협업해왔으며, 앙상블 텐텐을 창단해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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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립교향악단 정헌
-작곡을 전공하고, 유학을 떠나 지휘를 전공했다. 두 가지 전공을 거친 이유는.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경계를 두지 않았다. 막연히 고전 시대 음악가의 삶처럼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도 생각했다."
-작곡가 시선이 지휘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지휘, 작곡, 연주는 하나라고 생각한다. 상호적 입장에서 서로를 들여다볼 때 이상적인 작품이 탄생한다. 지휘자·연주자는 작곡가의 의도를, 작곡가는 연주되는 실제를 세밀하게 상상하는 것이 좋다고 믿는다. 지휘자 입장에서 '작곡가의 시선'은 기준이 되는 객관적 지표다."
-오스트리아에서는 현대음악 앙상블(Ensemble Verein FG)을 조직하고 운영했다.
"독일 앙상블 모데른 아카데미와 빈 클랑포럼 아카데미 출신의 연주자들로 구성된 단체였다. 이 창단 경험을 토대로, 귀국 후 국내에서 현대음악 단체인 앙상블 텐텐을 창단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현대음악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 온 특별한 이유가 있을 텐데.
"졸업한 오스트리아 그라츠 음대 작곡과의 영향이 크다. 그라츠 음대는 베아트 푸러(1954~), 프리드리히 하스(1953~), 클라우스 랭(1971~) 등 세계적인 작곡가가 재직해 많은 지망생이 몰려왔다. 그곳에서 만난 동료들과의 음악적 교류가 재산이 되었다. 현대음악 전문연주과정 수업을 들으면서도 현대음악에 매력을 느꼈다."
-목포시향 상임지휘자로 부임한 후, 집중하고 있는 음악적 방향은 무엇인가.
"'시립교향악단(市立交響樂團)'은 '시민(市民)'의 것이다. 지휘자 개인의 예술적 성과보다 시민의 필요에 민감해야 한다. 지휘자는 악단의 발전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확신한다. 현재는 더 많은 시민이 친숙하게 느끼는 명곡이 주 연주 목록이다. 하지만 습관적 연주는 지양하고, 작곡가의 의도대로 바르게 연주하기 위해 까다롭게 작업한다. 악단의 표현이 더 세밀해지고 다양해지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독일의 남서독일 방송교향악단(SWR)이 도나우에싱겐 시에서 열리는 현대음악제의 보배로운 존재인 것처럼, 목포시향이 고전음악은 물론 창작 음악에도 강점이 있어 현시대를 대변하는 사명을 가진 악단이 되길 조심스레 바라본다."
-목포시향의 활동 중, 잘해왔다고 생각하는 활동은 무엇인가. 동시에 보강돼야 하는 점은.
"작년 여름, 목포시 공보과와 협업으로 목포시 홍보영상을 제작했다. 역사적 장소나 여행 명소를 배경으로 단원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기획부터 장소 선택, 편집까지 많은 공을 들였고 단원과 시민 모두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되었다. 앞으로 단원 충원도 정상적으로 이뤄져, 목포시가 문화브랜드 가치를 지니는 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길 바란다."
-교향악축제 지휘자로서는 처음 예술의전당 무대에 서게 된다. 첫 지휘봉을 든 소감이 어떤지.
"교향악축제를 관객으로 처음 본 건 2008년 임헌정/부천시향 공연이다. R.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실연을 처음 듣고, 쏟아지는 다양한 소리에 충격을 경험했다. 꿈에 그리던 무대에 지휘자로서 악단을 이끌고 상경한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감격이지만, 솔직히는 설레는 마음보다 두려운 마음이 큰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레퍼토리 중 쇤베르크 편곡의 브람스 피아노 4중주 1번이 눈에 띈다.
"레퍼토리 선정 때는 악단과 어울리고 우리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것, 교향악축제를 향한 관객의 기대심리를 반영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곡을 고민했고, 그 결과 쇤베르크 편곡의 브람스 피아노 4중주를 골랐다. 신 빈악파인 쇤베르크가 빈악파의 고전 정신을 자신과 연결하려는 의도가 담긴 작품이다. 특별히 프랑스 혁명을 표현한 동기가 나오는 3악장에는 목포와 전남이 가진 1980년대의 시대적 정신을, 4악장 '집시의 노래'에는 1897년 목포 개항 이후 겪은 일제 수탈의 아픔을 담고 싶다."
-목포시향의 교향악축제 나들이는 2012년 이후, 10년 만이어서 기대를 모은다.
"오랜만의 출정인 만큼, 기술적으로나 예술적으로 큰 도전이 되는 곡을 결정했다. 지난 10년의 세월 속에서 목포시향은 연주를 하지 못한 시간도 있었고, 아픈 사건도 겪었다. 지금은 그 아픔을 딛고 일어서 옳은 일을 위해 고민하는 단체다. 단원들끼리 서로 신뢰하고 있다. 우리의 의식적 변화가 연주에도 표현될 것이다. 편안함보다는 도전을 선택한 목포시향의 정신을 응원해주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