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천재 여성 서정시인 엘제 라스커쉴러(1869~1945)의 시를 모은 책이다. 국내 최초로 출간됐다. 라스커쉴러는 20세기초 독일의 시인·소설가였고 극작가로도 활약했다. 특히 그녀는 독일이 낳은 가장 위대한 '여성 서정시인'으로 불린다. 1902년 '슈튁스'(Styx)라는 제목의 첫번째 시집을 냈고, 이후 '나의 기적', '히브리 민요' 등 여러 권의 서정시집을 발표했다. 오스트리아 작가이자 철학자 카를 크라우스는 그녀를 가리켜 "독일 문학사상 가장 빼어난, 그리고 가장 불가해한 서정적 위력을 가진 시인"이라고 칭송했다. 독일의 시인이자 수필가 고트프리드 벤은 "일찍이 독일이 낳은 가장 위대한 여류 서정시인이며 언어의 연금술사"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녀의 이름은 우리에게 낯설다.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녀가 유대계에다 여성이란 점 때문일 것이다. 그녀의 문학 작품이나 국립미술관에 전시까지 됐던 회화 작품들은 나치 치하에서 모두 불태워졌다. 이후 그녀의 흔적은 철저히 지워졌다. 편견과 가부장적 권위가 지배하는 당시 독일 사회 분위기에서 두 번이나 이혼한 그녀의 경력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녀는 나치에 의해 추방됐고 스위스를 거쳐 예루살렘에 정착했다. 그녀의 말년은 가난했고 불행했다. 전쟁이 끝나자 그녀의 실체를 기억해 내어 공평한 평가를 시도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하지만 남아있던 저술들과 원고를 발굴 정리해 전집이 나온 것은 1986년에 이르러서다. 그녀의 시는 풍부한 환상, 뛰어난 상징성을 자랑한다. 그녀는 빼어난 시어로 달과 밤과 하늘과 사랑을 노래했다. 나아가 아픔, 죽음, 종교, 인종, 여성성(gender) 등 인간 사회 전반을 시로 승화시켰다.

옮긴이 이정순 교수는 이 놀라운 여성 시인을 소개하기 위해 오랫동안 연구를 계속해 왔다. 책은 시인 못지않은 시어의 조탁을 통한 정확한 번역, 상세한 해제와 주석, 그리고 거의 100쪽에 달하는 해설을 통해 20세기 초 표현주의 대표 기수로 활약했던 라스커쉴러의 진정한 모습을 살려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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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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