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월룡(예술가의 초상 2)
문영대 지음 / 안그라픽스 펴냄
연해주의 조선소년 변월룡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약 50㎞ 떨어진 시코톱스키의 유랑촌에서 태어났다. 태어났을 때 아버지는 이미 행방불명 상태였고 할아버지는 사냥꾼이었다. 학교에 갈 형편이 아니었으나 미술에 워낙 특출한 재능을 보여 미술학교 진학이 가능했다. 그는 스베르들롭스크 미술전문학교를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한 후 당대 최고의 예술대학인 레핀 미술아카데미에 입학했다. 천부적 자질과 부단한 노력으로 그 곳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정교수를 지내며 후학들을 지도했다.
한국전쟁 휴전협정이 체결되기 직전 그는 미술 분야 전문가로 북한에 공식 파견됐다. 그는 평양미술대학의 기초를 다졌고 당대 북한 예술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1954년 9월 이질에 걸려 레닌그라드로 돌아갔다가 완쾌된 후 다시 북한으로 가기 위해 노력했지만 북한에서 친소파 숙청이 본격화되면서 끝내 북한 땅을 밟지 못했다. 대신 그는 매년 연해주를 방문해 고국에 대한 사랑을 화폭에 담았다. 평생 한국 이름을 고집하면서 작품에 한글 서명을 남긴 화가였음을 보면 그가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는 그림을 정말로 잘 그린 화가였다. 그의 작품은 대번에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는 초상화의 대가였다. 무용가 최승희, 화가 정관철, 조류학자 원홍구, 블라디미르 레닌,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등 유명 인사부터 평범한 학생까지 대상은 다양했다. 특히 그는 동판화에 뛰어났다. 렘브란트를 가장 존경했던 변월룡의 동판화는 렘브란트의 동판화보다 더 뛰어나다는 평가다. 그의 동판화는 펜화보다도 더 사실감과 생동감을 안겨준다.
책은 우리에게 잊힌, 그러나 더는 잊혀서는 안 될 변월룡(1916~1990)의 삶과 그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고 있다. 독자들은 러시아 미술계의 거장으로 존경받았으나 남한에선 존재조차 몰랐던 '천재 화가'를 만날 수 있다. 서양화와 동양화를 넘나드는 뛰어난 역량에다 인간적인 시선까지 갖춘 거장이 있었다는 것에 독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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