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고유가와 원자재 수급난이 지속되면서 산업계가 비상이 걸렸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생산자 물가가 오르면 고스란히 소비자물가로 전가되고, 기업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전문기관들은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하반기까지 이어져 원자재 가격이 추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6일 발간한 '글로벌 인플레이션 요인이 국내 제조업 생산자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인 9.8%를 기록한 뒤 올해 2월에도 8.4%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국제유가, 국제 원자재 가격, 글로벌 공급망, 글로벌 유동성 등 4개 요인이 생산자물가 상승률에 기여하는 비중이 25%나 된다고 분석했다. 2010년부터 최근까지 흐름을 분석한 결과 국제유가 10% 상승시 제조업 생산자물가는 0.68% 올랐다. 국제원자재 가격이 10% 상승할 때 제조업 생산자물가 영향은 0.50% 올랐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글로벌 유동성이 10%씩 확대되면 제조업 생산자물가는 각각 0.36%, 0.003%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작년 12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을 적용했을 때 국제유가, 국제원자재 가격, 글로벌 공급망 교란, 글로벌 유동성은 제조업 생산자물가를 각각 2.18%, 0.74%, 0.48%, 0.21%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4개 요인이 생산자물가를 총 3.6%포인트 올린 것으로, 전체 물가상승률(14.4%)에 대한 기여도가 25%나 되는 셈이다.
국제유가 상승은 간접적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에도 영향을 미쳐, 추가적으로 생산자 물가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전력거래소가 발표한 '2022년 3월 전력시장 운영실적'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전력의 전력도매가격(SMP)은 kWh당 192.75원으로 작년 동월(84.22원) 대비 128.9% 상승했다. 이는 같은 달 기준 전력거래소가 문을 연 2001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SMP는 한전이 발전사에서 전력을 사들이는 가격으로, 우크라이나 사태로 발전원료인 액화천연가스(LNG)와 유류·석탄 열량단가가 급등하면서 SMP도 크게 올랐다.
SMP가 오르면 한전 비용부담이 늘어, 결국 전기요금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단가와 생산자물가가 상승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당분간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관측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원유 재고가 계속 감소하고, 여유 생산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요 파괴'가 발생하지 않는 한 유가 안정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리스크 프리미엄은 현재 가격에 약 40% 반영된 것으로 추정되며, 분쟁이 완화될 경우 가격이 하락할 수 있지만, 평화적 협상이 단기간에 마무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망했다.강성우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생산공정 혁신을 통해 에너지 및 자원의 활용을 감소시켜 원유,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흡수하는 기술력이 요구된다"며 "정부와 함께 원유, 원자재 가격 변동에 대한 위험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원자재 시장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관련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