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통상 기능을 새 정부 어느 부처에 귀속시키느냐를 놓고 논쟁이 뜨겁다. 통상산업부(1994), 외교통상부(1998), 산업통상자원부(2013)로 소속이 왔다 갔다 하는 대한민국 통상교섭본부의 운명 말이다. 국내산업 부문에 대한 이해가 통상업무에 있어 가장 중요하기에, 산업부가 계속 통상교섭을 담당해야 한다는 견해는 말만 번지르르 하다. 실제로 2013년 이후로 통상교섭을 담당한 산업부가 거둔 실적은 초라하다. 2014년 중국과의 FTA협상을 타결시켰으나, 60%에 달하는 농수산물을 관세감축에서 일괄 제외시켜, 중국 측이 우리의 주력수출품을 관세감축에서 배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국가이익 개념보다는 국내정치적으로 쉬운 길을 선택한 셈이다.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라는 최고 수준의 개방과 자원공유 채널에 가입할 기회도 여러번 놓쳤다. 문재인 정부의 일본 때리기에 부합하느라, 일본이 주도하는 TPP에 일부러 가입하지 않은 것이다. 대신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이라는 다자경제협력체를 출범시켰지만, 느슨하고 낮은 수준의 협력에 불과해 이미 높은 수준의 개방을 달성한 한국경제에는 면피용 효과만 발생한다. 그동안 대외통상은 국내정치의 종속개념화 되다시피 했다.
그렇다고 외교가 통상교섭과 함께 가야하기에 외교부로 통상기능을 복귀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한계가 있다. 외교가 외교부의 전담업무인 것은 과거의 일이다. 대외교역 비중이 100%에 가까운 한국에서는 국가 경제의 관리 자체가 외교다. 민간외교, 산업외교도 실제로 한국외교의 커다란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외교부가 이룬 한미FTA 타결 및 발효라는 역사적 업적에도 불구하고 한미 쇠고기 합의 파동에 따른 국내적 논쟁의 피로감을 극복하기 위해 2013년 산업부로 전격 이전했던 대외통상 업무를 외교부로 복귀시키는 게 맞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국가운영은 관료적 경쟁게임이나 핑퐁게임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소속이 아니라 협력이고 누가 협상하느냐가 아니고 어떻게 협상하느냐다. 우리 통상체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중장기적인 통상전략의 미비로 정책적 우선순위에 따른 체계적 업무추진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외교부와 산업부가 공동으로 통상교섭본부를 설립하라. 인력 파견과 지원을 공동으로 진행하라. 통상교섭본부장(Minister for Trade)은 산업부장관과 외교부장관 모두에게 보고하고 의견을 청취하라. 물론 업무적 보고 관계와는 달리, 최종 통상교섭 결정권은 통상교섭본부장에게 주어져야 한다. 산업부와 외교부도 통상교섭과 관련한 보고와 정보를 직접적이고 신속하게 접해야 산업정책과 외교정책이 통상정책과 항상 접목될 수 있다.
민간은 이미 여러 부서가 관련된 일일 때 합동작업반(task force)을 설립해서 여러 부서의 장점을 흡수하여 일을 제대로 처리하는 시스템을 갖춘 지 오래다. 언제까지 '외교부가 더 나은가 산업부가 나은가'라는 도토리 키 재기를 되풀이 하고 있을 건가. 외교부는 외교와 안보관점을 통상정책에 반영하는 장점을 분명히 지니고 있고, 산업부는 산업의 필요와 공급망에 대한 관점을 반영하는데 장점이 있다. 발상의 전환을 하고 소속과 지원은 중복되지만 업무는 독립성을 보장하는 식으로 통상교섭본부를 새로이 설립해야 할 것이다.
이젠 '기능 중복을 막고 효율적인 정부'를 구현해야 한다. 현재 외교부에 설립된 대외경제 관련 부서들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 간 업무 중복을 해소해야 한다. 130여개의 방대한 재외공관망과의 유기적 업무 처리도 필요하다. 특별법 제정을 통해 외교부와 산업부 간 유기적 협력관계를 마련한 통상교섭 조정 메카니즘을 제도화하고, 민간 및 관계부처와의 인력 순환 및 정보공유도 확장시켜 실물경제에 대한 전문성도 보완해야 한다. 통상조직을 기능 위주로 운영하여 탄력성을 제고해나가는 것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벨기에 등 우리에 앞서 통상기능과 외교기능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국가들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체제를 정착시키는데 10년 이상의 장기간이 소요되었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