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곡물가격 상승 여파 당분간 높은 수준 물가 상승률 화물차 운전자에 유가보조금 취약층 통신비 부담 경감 추진
국제유가와 곡물가격 상승 등 국제적 인플레이션 여파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물가안정 대응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지정학적 위험과 공급망 차질 등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통계청은 오는 5일 3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발표한다. 3%대 후반에 머물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로 들어설지 관심이 집중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2%로 3%의 벽을 넘긴 뒤 2월(3.7%)까지 5개월 연속 3%대 후반을 기록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달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3월 물가는 상승 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5일 발표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를 넘어 4%대에 진입할 수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최근 물가는 국제유가 상승 등 대외적인 요인에 따라 상승세가 이어졌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원유, 액화천연가스, 석탄 등 주요 에너지가격도 폭등하고 있고 원자재가격도 뛰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2월 중 원재료 수입물가는 58.5% 급등했다.
이미 고공행진을 하고 있던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물가는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후 더욱 급등하면서 각각 68.1%와 69.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곡물가격 인상도 장기화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해외곡물시장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시카고선물거래소의 밀 선물 가격은 톤(t)당 377.44달러로 지난해 말(283.20달러)보다 33.27% 상승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지난달 7일에는 작년 말보다 67.89%나 뛴 475.46달러까지 뛰었다. 이에 따라 원료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는 식품·외식업계의 원가부담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물가상승에 따른 부담을 우려해 유류세 인하 폭을 기존 20%에서 3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또 생계형 사업자인 화물차 운전자에게는 유가보조금을 추가 지급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차관은 이와 관련해 "5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유류세 추가 인하 여부와 인하 폭을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할인 쿠폰 지원 등으로 국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줄이고 곡물과 명태 등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가 큰 품목에 대해서는 비축 물량을 적기에 방출하겠다는 대책도 내놨다.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데이터 요금 지원과 장애인 대상 통신 요금 감면 등 취약 계층의 통신비 부담을 경감해주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물가 대응에도 당분간 고물가를 잡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물가상승 압력은 당분간 높아질 것은 분명하다"면서 "올 봄 각 기업들의 임금협상 시기가 끝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