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후 19일 만에 만났지만 현안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합의는 없었다.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이전도 문 대통령이 '면밀한' 검토를 거쳐 협조하겠다고 하는 데에 그쳤다. 인사권 행사와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도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한다. 추경 편성에 대해서도 필요성에만 인식을 같이했을 뿐 구체적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렇게 어정쩡한 회동 결과 때문인지 윤 당선인은 29일 인수위 간사단 회의를 주재하면서도 별다른 언급을 안 했다. 신구 권력간 갈등이 언제든 재연될 수 있는 분위기다.

이날 회동은 의제 없이 큰 테두리에서 각자 생각을 얘기하고 덕담하는 수준에서 갖자는 문 대통령의 의도대로 진행된 것 같다. 애초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맥락이 아니었다면 이해 못 할 바 아니다. 하지만 국정을 인수해야 하는 윤 당선인 입장에서는 한가한 소리다. 이전의 국정 인수인계와 달리 이번에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란 중대한 현안도 있다. 19일이나 지체된 만남에서 현안에 대해 구체적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건 문제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위한 예비비 집행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적극 협조할 요량이라면 상정했어야 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이 회동에서 한 발언이 '협조'보다는 '면밀히 살펴'에 방점이 찍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문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내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올 2차 추경에 대해서도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계속 협의해 나간다고 했을 뿐이다. 인사에 대해서도 어떻게 하자는 얘기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결국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3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눴지만 큰 소득 없이 밥 먹고 사진 찍는 데에 그쳤다. 그렇다고 윤 당선인 취임 전 두 사람이 다시 만나리라는 기약도 없다. 취임 전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이전 완료는 이제 거의 불가능하다. 플랜B를 생각할 때다. 그러나 임기 말 '알박기' 인사에 대해서는 확실히 정리해야 한다. 나쁜 선례가 될 수 있어서고, 알박기 인사가 윤석열 정부의 앞길에 발목이 될 수 있어서다. 추경 편성도 결자해지 측면에서 현 정부가 해결하고 나가는 것이 모양이 좋다. 문·윤 회동으로 신구권력간 갈등 악화를 막은 건 다행이다. 하지만 구체적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황이어서 각자 해석에 따라 갈등이 재연될까 우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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