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격하게 치솟은 물가 부담 기준연료비·기후환경요금 상향 307kWh 사용 가구 월 2120원↑ 한전 고질적 수조원대 적자 악화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인 연료비 조정단가가 동결됐다. 이에 따라 2분기 전기요금은 연료비 조정단가를 제외한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만 상향돼 킬로와트시(kWh)당 6.9원 오르게 된다. 307kWh를 쓰는 4인 가구 기준으로 한 달에 약 2120원(부가세 및 전력기반기금 제외) 요금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정권 말에도 연료비 조정단가를 동결한 배경에는 최근 급격하게 치솟은 물가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기요금을 급격히 인상하면 인플레이션을 더 가속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한국전력의 고질적인 문제인 수조원대 적자는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
29일 한전은 4~6월 적용되는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0원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한전은 분기별 조정 상한인 3원 인상안을 정부에 제출했으나, 정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한전이 산정해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하면 산업부가 협의·결정한 뒤 다시 통보하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정부는 코로나19 장기화와 높은 물가상승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 생활안정과 지난해 확정된 기준연료비·기후환경요금 인상분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기준연료비를 올해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kWh당 4.9원씩 총 9.8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기후환경요금도 4월부터 2원씩 올리기로 해 연료비 조정단가가 동결되더라도 다음 달부터 전기요금은 kWh당 6.9원 인상된다.
그러나 연료비 조정단가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동결됐다. 그러는 새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연료비 부담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주로 들여오는 중동산 원유 가격 지표인 두바이유는 28일 기준 105.5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전 거래일 대비 약 7% 하락한 수치지만 작년 연말(75.66달러)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연료비 변동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하기 위해 정부가 2020년 '연료비 연동제' 도입해놓고,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다만 이번 연료비 조정단가 동결 결정은 당장 인플레이션을 막아야한다는 명분이 있는 만큼, 올해 남은 기간 차기 정부가 어떻게 결정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윤석열 당선인은 전기요금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3~4분기 중 연료비 조정단가를 조정하면 새 정부가 연료비 연동제를 복원했다는 취지로 볼 수 있다"며 "새 정부에서 제도가 잘 작동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연료비 조정단가가 오르지 않으면서 이미 수 조원에 이르는 한전의 적자 폭은 올해 더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한전의 적자가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는 분석도 나온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한전 영업적자 규모를 19조9000억원으로 전망하며 "전력망의 안정적인 운영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라도 전기요금 인상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