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첫 의정활동을 시작한 지 벌써 2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16년 전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탈북했을 때 오늘날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리라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당시엔 그저 살아남아 한국에 무사히 도착하는 것만이 소원이었다.
외팔, 외다리로 낡은 목발에 의지해 중국-라오스-미얀마-태국에 이르는 1만km의 탈북 여정을 통과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살아남아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생(生)의 이유를 구하며 신에게 기도했다. "여기서 살아나간다면 저 같은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제 삶을 바치겠습니다."
나의 기도는 응답됐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공화국의 수치'라며 멸시 천대받았던 나를 대한민국은 따뜻하게 맞아줬고 국회의원으로 봉사할 수 있는 기회까지 줬다. 그동안 북한인권 증진과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지원을 위해 불철주야 일해왔다.
국회의원이 되고 첫 입법으로 탈북 후 10년 이상 해외에 체류했던 탈북민도 정착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작년 국정감사에선 탈북민 고용 기업에 대한 감세 혜택 제도가 있음에도 통일부가 이를 방치해왔음을 지적하고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최근엔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 6명(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고현철, 김원호, 함진우)의 송환을 요청하는 서한을 남북한 출신 청년 100여 명과 함께 서울UN인권사무소에 공동 제출한 바 있다. 그간의 노력과 성과를 인정받아 '제1회 대한민국 국회 의정대상', '2021년 국정감사 우수의원상'을 수상하는 영예도 얻었다. 이 모든 것이 내가 잘나서가 아닌 대한민국 국민이 내게 주신 선물이요. 더 잘하라는 격려인 줄 믿는다.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2년이었다. 운동 경기에선 전후반 사이 '하프 타임'이 있어 잠시 휴식 시간을 갖지만, 의정활동 후반기를 맞이하며 쉼 없이 달려가고자 한다. 오는 5월 새 정부가 출범하며 국민께 드린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북한인권재단의 조속한 설립과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제도의 전면 개편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북한인권재단은 2016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일찍이 설립돼야 했지만, 민주당의 이사 미추천으로 출범이 지연돼왔다.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 과제에서 북한인권재단을 조기 출범하겠다고 밝혔으나 지난 5년간 북한인권 정책은 퇴보했을 뿐이다. 임기 내 새 정부와 합력해서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하고, 재단이 법에 규정된 기능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아울러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제도 개선을 위해 계속 힘쓸 것이다. '먼저 온 통일', 탈북민 지원은 복지 '지출'이 아닌 통일을 위한 '투자'이다. 전체 탈북민 중 사회 취약계층 비율은 56%이다. 기초생활수급자의 비율(24.8%)은 일반 국민의 8배에 달한다. 북한에서의 고된 삶과 탈북 과정에서의 트라우마로 정신과를 찾는 탈북민의 비율(24.0%)은 일반인의 6배에 이른다. 법률 지식의 부재로 탈북민이 사기 등 민·형사 사건에 연루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우리 사회가 3만4000여 탈북민을 품지 못한다면 장차 2500만 북한 주민과 함께하게 될 한반도 통일은 요원한 일이 되고 말 것이다.
우리는 2019년 7월 서울 한복판에서 탈북 모자가 굶어 죽은 비극적인 사건도 목도한 바 있다. 다신 이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새 정부와 함께 다음 4가지 약속을 이행할 것이다. △정착 초기 집중지원 체제 마련 △위기가정 통합관리시스템 구축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 지원 강화 △법률보호관리 시스템 법제화다.
국회 안 내 집무실에는 두 가지 상징적인 물건이 있다. 하나는 북한에서부터 들고 온 '낡은 목발'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 정권에 의해 목숨을 잃은 미국 청년 오토 웜비어의 '넥타이'다. 매일 아침 목발을 바라보며 탈북 과정에서 드렸던 기도의 제목을 되새긴다. 이젠 탈북민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희망의 목발'이 되고 싶다. 도움이 필요한 국민의 곁에 서서 눈물을 닦아 드리고 그들의 삶을 지탱해드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 아울러 오토 웜비어의 부모님 등 북한인권을 위해 헌신하는 국제사회의 동역자들과 힘을 합쳐 북한인권 증진과 한반도 자유통일을 위해 생을 다해 힘쓸 것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