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구심점 공백에 역할론 커져 6월 지방선거 지원 가능성 제기 영향력 확인땐 8월 당권 도전할듯 대장동 수사·내부 견제 등은 변수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이재명 전 대선후보, 김남국 의원 <연합뉴스>
이재명계 박홍근 의원이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계파색을 줄이기 위해 탕평인사를 실시하는 가운데 이재명 전 대선후보의 등판시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의 구심점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조기 등판론이 갈수록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당내에선 대선에서 정권교체론을 뚫고 선전해 '졌지만 잘 싸웠다'는 평가를 받은 이 전 후보를 '호출'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27일 민주당에 따르면 박 신임 원내대표가 당선된 후 지도부, 대변인 인사에서 친문재인(친문)계 인사와 친이재명(친명)계 인사를 골고루 배치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신임 원내대변인에 초선인 오영환·이수진 의원을 임명했다.
오 의원은 소방관 출신으로 이낙연 전 대표 시절 인재영입 5호로 전략 공천돼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이 의원은 간호사 출신으로 연세의료원 노조위원장, 전국의료산업노조 위원장, 한국노총 부위원장 등을 지냈다.
고민정 의원은 전략 담당 원내부대표를 맡기로 했다.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 의원은 친문계로 분류된다. 앞서 지난 25일에는 이재명 경선캠프·선대위 수석대변인을 맡았던 박찬대 의원을 원내정책수석부대표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정무기획비서관으로 일해 친문계로 분류되는 진성준 의원을 원내운영수석부대표로 각각 선임했다.
이재명 전 대선후보(왼쪽)와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지방선거 기획단장으로 선거전을 총괄하는 김영진 사무총장은 이 전 후보의 핵심 측근 그룹으로 꼽히는 '7인회' 멤버이며, 비대위원인 조응천 의원도 친문 주류와는 거리가 먼 비주류로, 지난 대선 선대위에서 공동 상황실장을 맡았다.
새 정권 초반 여소야대 정국에서 대여 투쟁의 선봉이 친문·친명계로 골고루 채워진 셈이다. 탕평 인사를 통해 자칫 내부 계파 간 빚어질 수 있는 충돌을 미리부터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당내에서는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전 후보가 움직일 정치적 공간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통상 대선 이후 치르는지방선거에서 여당에 표를 몰아주려는 심리로 당내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계파와 상관없이 지도부 차원에서 이 전 후보의 재등판과 관련한 교감을 나누기 쉬워졌다는 것이다.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선 이 전 후보를 서울시장 후보로 차출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세훈 현 서울시장과 승부를 벌일만한 거물급 인사가 부족하다는 인식 속에 제기되는 의견이다. 그러나 이 전 지사 측은 지방선거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불성설이라며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당 일각에서도 출마 가능성에 대해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후보의 책임론도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숨 고르기에 돌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 요구에 따라 이 전 대선후보의 정치적 발판인 경기도와 수도권을 중심으로 선거전을 직·간접적으로 조력할 가능성은 열어두는 기류도 감지된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를 조력하면서 영향력을 확인한 뒤,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친문계에서 친명계로 당 권력구도가 이동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 전 후보가 총선 공천권을 쥐고 당내 기반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과 맞물려 있는 대목이다. 이 전 후보가 당 장악력을 강화한 뒤 대권 재도전에 나서는 시나리오인 셈인데, 2012년 대선 패배 후 당 대표를 거쳤던 문재인 대통령의 과거 경로와 유사하다. 이 전 후보 주변에서도 당권 도전을 건의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전 후보가 일찍부터 정치활동을 재개하기에는 여러 변수가 남아있다. 이 전 후보가 당권 도전에 나서 영향력을 급속히 확산하면, 당내 주류 계파였던 친문(친문재인)계와 범친문인 친낙(친이낙연계)의 반작용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대장동 의혹 등 검찰의 수사도 변수다. 검찰이 지난 25일 '탈원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고발 3년여 만에 산업부 압수수색에 나서자 민주당은 근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새 정부와 '코드 맞추기'에 나선 검찰이 이 전 후보를 사정 드라이브의 표적으로 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깔려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