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총재나 감사원감사위원, 다음 대통령과 호흡 맞추어 일할 중요한 자리” “비어있다고 하여 자기가 뚝딱 인사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무지하거나 불순하기 이를 데 없어” “5년 내내 韓 괴롭혀 온 사람이 마지막 순간까지 이런 짓…하늘이 무섭지 않은지 묻고 싶어”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이인제 전 국회의원.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인사'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인제 전 국회의원이 "임기종료를 눈앞에 두고 있는 문재인이 그 인사권을 조자룡 헌칼 휘두르듯 남용하고 있다"고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웠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인제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의 권한은 막강하다. 그러나 그 원천은 인사권"이라며 "인사권이야말로 대통령 권력의 알파요 오메가"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전 의원은 "민법에는 권리의 남용을 금하는 규정이 있다. 아무리 개인의 권리라 해도 함부로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하물며 대통령의 권한은 국민의 위임을 받은 공적 권한"이라고 문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이어 "한국은행 총재나 감사원 감사위원은 다음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어 일할 중요한 자리"라며 "비어있다고 하여 자기가 뚝딱 인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무지하거나 불순하기 이를 데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5년 내내 대한민국을 괴롭혀 온 사람이 마지막 순간까지 이런 짓을 한다. 하늘이 무섭지 않은지 묻고 싶은 심정"이라면서 "역천자는 망한다! 이 경귀가 공허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거듭 날을 세웠다.
최근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인사권'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앞서 지난 23일 청와대는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신임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로 지명했다. 이에 윤 당선인은 "차기 정부와 일해야 할 사람을 마지막에 인사조치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직접 문제를 제기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 마련된 야외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임기말 인사를 '이사'에 비유하며 "우리가 집을 사면 당선인이라고 하는 건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대금은 다 지불한 상태 아닌가"라면서 "등기 명의를 이전하고 명도만 남은 상태인데, 법률적 권한과 소유권이 매도인에게 있더라도 들어와 살 사람의 입장을 존중해서 집을 고치거나 그런 건 잘 안 하지 않느냐"고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참모회의에서 윤 당선인과 회동에 대해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마시고 당선인께서 직접 판단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은 "나는 곧 물러날 대통령이고 윤 당선인은 곧 새 대통령이 되실 분"이라며 "두 사람이 만나 인사하고 덕담 나누고 혹시 참고가 될 만한 말을 나누는 데 무슨 협상이 필요하느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무슨 회담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을 예방하는 데 협상과 조건이 필요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입장문을 내고 "윤 당선인의 판단에 마치 문제가 있고, 참모들이 당선인의 판단을 흐리는 것처럼 언급하신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반박했다.
김 대변인은 "정부 인수인계가 원활치 않은 상황에서, 더구나 코로나19와 경제 위기 대응이 긴요한 때에, 두 분의 만남을 '덕담 나누는 자리' 정도로 평가하는 것에 대해서도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지금 임명하려는 인사는 퇴임을 앞둔 대통령이 아닌, 새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일할 분들이다. 당선인의 뜻이 존중되는 것이 상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