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선박 고정비용 증가
하루 만에 10달러 오르기도
물류업계 '정부 지원' 호소

휘발유에 이어 경유까지 리터 당 2000원 시대가 임박했다. 심지어 중국이 베이징 하계 올림픽을 앞두고 발전용량 확보를 위해 경유를 싹쓸이 했던 지난 2008년 이후 처음으로 국내 경유 소비자 판매가격이 휘발유를 역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경유값이 오르면서 화물차와 선박 등 물류비 압박이 가중돼 산업전반에 '동맥경화'가 확산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당장, 화물업계는 정부나 기업이 도와주지 않으면 치솟는 유류비를 감당하기 힘들어 차를 멈출 수 밖에 없다며 시위에 나섰다.

22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서울 평균 경유 가격은 2001.24원을 기록해 8일째 2000원을 넘겼다. 전날 기준 서울은 2005.06원, 제주는 2058.88원으로 2000원을 넘겼고, 인천(1950.09원), 경기(1937.27원), 울산(1923.03원), 충북(1919.27원) 등도 1900원을 넘겼다.

이날 서울 지역 보통휘발유 평균 가격이 2079.53원으로, 경유 가격과 비교해 78원가량 비싸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 격차가 올 초 168원가량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좁혀졌다. 이런 추세라면 경유 가격이 휘발유보다 더 비싸질 가능성도 커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원유가 급등하면서, 경유값이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이날 유럽연합(EU)이 러시아로부터 경유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제 경유 가격이 급등했다. EU는 전체 경유 수입량의 60%를 러시아산에 의존하고 있다.

오피넷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자동차용 경유 가격은 지난 18일 배럴 당 134.95달러에서 21일 144.76달러로 1거래일 만에 무려 10달러 가까이 상승했다. 같은 날 선박용 경유와 항공유로 쓰이는 등유 역시 1거래일 만에 10달러 가량 치솟았다.

업계에서는 조만간 휘발유보다 경유 가격이 비싸지는 보기 드문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유류세를 20% 인하했을 당시 휘발유 소비자 가격은 164원, 경유는 116원이 각각 내려갔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은 휘발유보다 경유가 더 비싼데 정부는 산업 지원 차원에서 경유보다 휘발유에 더 높은 유류세를 부과하고 있다.

물류업계에서는 통상 운송료의 30% 이상이 유류비로 지출되기 때문에 최근 고정비 부담이 크게 늘었다며 정부와 대기업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특히 일부 운수업체의 경우 유가 부담으로 물류 배차도 쉽지 않은 상황으로, 장기간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문제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절박함을 호소했다.

이 같은 상황은 당장 해소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7.42달러(7.1%) 오른 배럴당 112.1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 와중에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의 원유 증산 요구에 예멘 반국의 공격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이르면 3주 뒤 이 같은 국제유가 상승분은 석유제품 가격에 반영될 예정이다. 물류와 항공업계에 유류비 부담이 가중되면 산업 전반의 벨류체인 흐름은 더 느려질 수 밖에 없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현 유가 흐름은 속수무책일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에너지 전략자원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질 수 밖는 상황"이라며 "차기 정부가 유류세 재편 등 에너지정책 전반을 손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우진·이상현기자 jwj17@dt.co.kr



서울시내 한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서울시내 한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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