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진입과 함께 ESG 경영이 급부상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동참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ESG 관련 정보 부족으로 체계적인 관리가 어려웠으나, 최근 정부에서도 ESG 관련 기업 공시제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 올려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려고 노력하였다. ESG 관련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ESG 정보플랫폼'을 구축하고 올해 초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 지침서를 공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물론 원전과 천연가스를 포함시킨 EU와 달리 국내에서는 원전이 빠져 있어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ESG 관련 정보 인프라는 점차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다.
기업에 있어 ESG 경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우선 기업의 가치 측정방식 변경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기업의 목표가 주주가치 극대화에서 거래기업, 소비자, 직원,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 극대화로 변하고 투자자산의 가치산정 시 재무적 요소 외에 비재무적 요소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ESG 경영은 기존 경영전략과 맞물려 단기성과 주의를 벗어나 지속가능한 장기전략과 균형을 맞추기 시작했다. 금융회사에 대해서도 수익성보다는 공공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도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ESG 경영에서 금융의 역할도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금융회사가 ESG 경영을 도입할 경우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SG 채권을 발행하거나 ESG 투자처 발굴 등에 있어 금융회사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해졌다. 금융회사가 ESG 채권을 발행해서 조달한 자금을 ESG 경영을 반영하는 착한 기업이나 친환경 투자처에 투자하게 되는데, 투자자나 금융회사는 지속가능경영과 투자수익률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물론 더 높은 수익률을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ESG 투자를 포기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많은 논문에서 ESG 투자의 장기성과가 그렇지 않은 투자보다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금융회사는 기업의 ESG 활동에 대한 능동적이고 직접적인 감시자로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해외 금융회사들은 지속가능연계대출(sustain ability-linked loan: SLL)을 확대하고, 유럽은행감독청(EBA)은 총자산대비 친환경 대출·투자 비율인 GAR(Green Assets Ratio) 지표를 산출해 올해부터 공시의무를 부여할 예정이다. 은행의 재무제표에서 녹색자산을 분류하는 기준이 명확해져 비교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면 금융회사의 재무제표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ESG와 관련한 다른 이슈는 기후변화 리스크와 금융안정의 문제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장기적인 기후변화 리스크가 금융권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즉, 보험손실 증가, 담보가치 하락 또는 부도율 상승, 주가 하락 등에 따른 리스크 증가에 대한 우려감이 크다. 최근 한은 보고서(2021.10)에 따르면 고탄소산업과 관련된 금융자산의 가치 하락으로 2050년에 국내은행의 BIS비율이 2020년 대비해서 2.6%~5.8%p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기후변화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밀한 분석을 위해 정교한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개발도 중요하다.
ESG 경영이 안정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첫째, ESG 정보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공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환경(E) 부문에 있어 재무제표에 명시적으로 표기하도록 의무화해 ESG 관련 데이터의 비교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둘째, ESG 경영을 잘 준수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보조금 지급이나 각종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금융회사에는 각종 규제비율을 완화해 주는 등의 인센티브가 필요하며, 사후관리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 체계를 갖춰야 그린워싱(green washing)을 방지할 수 있다.
셋째, 기후변화 리스크에 대한 관리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고탄소 산업의 집중도를 관리하거나 포트폴리오를 사전에 조정하는 작업은 급격하게 진행하기보다 점진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중앙은행뿐만 아니라 개별 은행들도 기후변화 리스크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경제주체별, 업종별로 대출·투자 포트폴리오를 저탄소·친환경 중심으로 조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는 환경(E)보다 사회(S)나 지배구조(G)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EGS 경영의 접근방식이 각 부문에 대해 개별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추진력이 부족하기도 했다. 이제는 ESG 경영을 실천함에 있어 보여주기식으로 형식적 참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영자가 반드시 가져야 할 경영철학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각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ESG 경영을 실천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