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윤석열 회동 전격 무산
실무적 협의 문제로 일정 재조정
양측 구체적 설명 없어 의견 분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회동할 예정이었으나, 이날 오전 갑자기 회동이 취소돼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과 공공기관 인사권 등 현안을 두고 신구 권력이 충돌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지만, 국민통합이라는 본래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힘 대결 양상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16일 "예정되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회동은 실무적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며 "실무 차원에서 협의는 계속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측 모두 이날 회동이 불발된 것과 관련해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는 않았다. 윤 당선인 측 김은혜 대변인은 "양측 합의에 따라 밝히지 못한다. 제게 구체적인 정보가 들어와 있지 않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회동 연기를 결정한 쪽이 청와대냐, 윤 당선인 측이냐는 질문에도 "상호 실무 차원의 조율을 하면서 나온 결과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 때문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만 말했다.

양측이 모두 함구함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여러 갈래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가장 핵심적인 쟁점인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를 두고 양측의 이견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윤 당선인은 회동에 앞서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문제를 거론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했으나, 문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지지층이 반발할 수 있는 문제여서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 사면을 해야 된다고 했더니 문자 폭탄이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다"며 "(진보진영 지지자들이 문자로) 욕을 바가지로 하고 막 그러는데 정말 지혜롭지 않다고 생각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에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사면 문제를 거론한 것도 변수가 됐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권성동 의원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말 박근혜 전 대통령만 연말연시 사면을 한 것을 두고 "제가 그때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살리려 동시에 사면하기 위해서 남겨놓은 것'이라는 비판을 했다"며 "당시는 김경수 전 지사가 형이 확정(2021년 7월 21일, 징역 2년 형)된 지 얼마 안 돼 사면하면 비판받을 것 같으니까 사면을 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한번 두고 보라. 100%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아마 같이 (MB와 김경수 전 지사를) 사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한은 총재 후임 인사 등 공공기관과 공기업 인사권 문제를 둘러싸고 양측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도 이날 회동이 취소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당초 청와대는 윤 당선인과 문 대통령이 만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때까지만 하더라도 곧 임기가 만료되는 한은 총재 인선을 고집하지 않고 차기 정부와 협의해 지명권을 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주 들어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말하는 등 냉기류가 감지됐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이 국민통합 차원에서 만난다는 본래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오히려 힘 대결로 비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원래 신구 권력 갈등은 예전에도 있었기 때문에 새롭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갈등 구도를 계속 끌고가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임재섭·한기호기자 yjs@dt.co.kr

지난 2019년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신임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을 진행하기 위해 함께 청와대 경내를 이동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지난 2019년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신임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을 진행하기 위해 함께 청와대 경내를 이동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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