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20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여가부 폐지 공약 현실화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른다. 이번 대선에서 승패를 가를 캐스팅보트로 급부상한 '이대남'(20대 남성) 표심을 잡기 위해 '여가부 폐지'라는 공약이 나왔지만, 이런 공약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정책 당사자인 소수자의 목소리는 배제됐다는 것이다.
또 여가부가 단순히 여성만을 지원하는 부처는 아니며 여가부 예산의 80%가량은 가족과 청소년정책에 사용되는 만큼 가족·청소년정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가부가 폐지되면 여성 등 소수자를 위한 정책 자체가 후퇴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만족스럽지는 않다고 해도 여가부가 있음으로 해서 여러 부처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나름 젠더 관점이 반영되는 측면이 있다. 각 부처 정책을 점검하고 보완하는 등 컨트롤하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다른 부처에서 관장하기 어려운 주요한 젠더 문제들이 많고 이와 관련된 정책을 발굴·시행하는 독립된 행정기구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선대본부에서 고문을 맡았던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여가부가 폐지된다고 해서 여가부가 담당해온 업무가 아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 교수는 "아직 구체적 내용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을 보면 여가부를 폐지하는 대신 새로운 부처를 신설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여가부가 추진해온 업무들이 주로 특정 대상자 군에 제한된 서비스라 이런 기능들이 복지부로 넘어갈 경우 복지부의 주요 업무 목표를 구성하긴 어렵다. 신설될 부처에는 아동·청소년·양성평등을 포함하는 포괄적 형태의 약자 보호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부서가 있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선거전략 차원에서 '여가부 폐지'가 등장하면서 존치냐 폐지냐는 프레임에 갇히게 됐다. 이런 식의 프레임에서는 발전적인 방향으로 개편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또 "존치냐 폐지냐를 논하기 전에 과연 성평등 정책을 국가정책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느냐, 만약 여전히 필요하다면 여가부가 이를 추진하기에 적합한 기구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적인 논의를 위해 조직 개편의 가능성은 열어두되, 성평등 정책을 무력화하려는 시도와는 거리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