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속 폭락을 거듭한 러시아 주식이 기초 자산인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태가 악화된 지난 2주 동안 러시아 관련 ETF 순매수 금액이 7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지난달 21일부터 3월4일까지 2주간 국내 유일 러시아 주식 ETF 'KINDEX러시아MSCI(합성)'를 280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ETF 가격은 같은 기간 3만120원에서 1만70원으로 66.57% 급락하면서 2주 만에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
ETF 투자위험 지표인 순자산 가치 대비 시장가격의 괴리율은 지난달 28일 30.26%까지 치솟았다. 거래소 규정상 해외 기초자산 ETF의 괴리율 한도인 6%를 다섯 배 웃돌은 수치로 시장 가격이 고평가됐음을 의미한다.
지난 3일에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가 산출하는 지수에서 러시아 주식에 대해 0.00001 가격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퇴출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ETF 운용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지난 3일부터 해당 ETF의 상장 폐지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추격매수를 자제를 당부했다. 이어 거래소는 지난 4일 투자자 보호를 위해 KINDEX 러시아 MSCI(합성) 거래를 오는 7일부터 거래 정지를 결정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러시아 ETF 베팅은 미국 거래소에 상장한 ETF를 같은 기간 총 3837만달러(약466억원)치를 순매수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결제일 기준 지난달 21일부터 3월4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의 '반에크 러시아 ETF'(RSX)와 '아이셰어즈 MSCI 러시아 ETF'(ERUS)를 각각 1955만달러, 1398만달러 순매수 했다. 또한 러시아 MVIS 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러시아 불 2X ETF'(RUSL)는 484만달러 순매수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매수세에도 불구하고 해당 ETF 가격은 급락을 거듭했다. 레버리지 ETF인 RUSL 지난달 16일(23.75달러)에서 이달 3일(2.58달러)로 89% 폭락했다. 같은 기간 RSX와 ERUS도 각각 77.29%, 80.47% 하락했다. 이에 RUSL 운용사인 디렉시온은 ETF의 상장폐지를 발표했으며, ERUS와 RSX의 운용사도 신규 설정 중단을 결정한 바 있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에 대한 러시아 증권 매각 금지 조치, 변동성 확대로 인한 ETF 상장폐지 가능성 증가 등을 감안할 때 투자 대상으로는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이영석기자 ysl@dt.co.kr
지난 3일 한 증권사 홈페이지에 공지된 러시아 관련 펀드 설정 중단 및 환매 연기 안내문.<연합뉴스>